195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팝아트’는 60년대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만화, 텔레비전, 잡지광고 등 생활 속의 쉬운 소재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벽을 허문 팝아트는 미국에 빠르게 흡수됐고, 이후 ‘팝아트=미국 미술’로 통한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대표주자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97), 미국인의 정서를 유머와 자기만의 개성으로 표현한 존 웨슬리(78), 히피 문화의 상징인 섹스와 마약, 동성애 등을 적나라하게 만화로 그린 로버트 그럼(63)의 작품 65점이 서울에 왔다. ‘아메리칸 퍼니스’(American Funnies)란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전시는 이른바 ‘만화’전이다.
간결한 선과 강렬한 느낌, 전형적인 만화식 표현이지만 세 작가의 독특한 손맛으로 서로 다른 느낌을 내는 것이 흥미롭다. 공통점은 쉽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을 뽑아 그린 듯 명쾌하다.
이중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대가인 그럼의 작품이 재미있다. 60~7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하위 예술로 취급 받던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80년대부터 대중을 열광시켰다. 그의 만화는 히피로 대변되는 60년대 미국의 언더문화를 폭로한다. 신체적으로 강한 여성과 약한 남성의 관계를 묘사하기도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명품족을 비판하기도 한다. 지하1층에 마련된 그럼의 그림은 19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할 정도로 성 관계 묘사가 적나라하다. 연습장에 그린 스케치부터 만화 원본 40점, 잡지에 연재된 만화도 있다. 만화 책 글은 한글로 번역돼 그림과 함께 볼 수 있게 비치했다. 웨슬리는 현대인의 강박증이나 에로티즘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의 이미지를 확대하고 망점까지 그려넣은 1960~90년대 작품도 걸려있다. 31일까지. (02)2287-3515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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