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는 21일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병원의 절대 안정 요청에 박 대표는 이날 동생 박지만씨 부부, 박서영씨 등 가족을 제외하곤 면회에 응하지 않았다. 박 대표가 입원한 20층 VIP 병실은 외부인 접근이 통제돼 정치권 인사들은 4층 병원장실에서 박창일 병원장과 유정복 대표 비서실장을 대신 만나고 돌아갔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박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난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이 실장은 "박 대표의 조속한 쾌유를 바란다는 노 대통령의 위로를 유 실장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전 "면회가 안되니 다음에 오시라"는 박 대표측의 요청에도 "직접 용태를 봐야겠다"며 병원을 찾았다.
오전 10시께 병원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박 원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정치테러는 배후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걱정된다"며 "나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초산 테러 등 테러를 많이 당한 사람이라 이번 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유 실장을 통해 박 대표에게 쾌유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해왔지만, 박 대표측의 요청으로 찾지 않았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전날에 이어 다시 병원을 찾아 박 원장에게 "박 대표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발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손학규 경기지사는 부인 이윤영씨와 김성식 정무부지사를 대신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도 방문했다. 오 후보는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쾌유를 비는 마음에서 오늘 하루는 유세 일정을 취소키로 했다"며 "박 대표가 어제 수술실 앞에서 '선거운동을 차질없이 하라'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나라당 소속의원 124명 중 이재오 원내대표, 이방호 정책위의장 등 100여명이 병원을 다녀갔다.
이날 대전 충남 선거지원에 나섰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오후 늦게 병원을 찾았다. 이 전 총재는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서 야당대표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테러사건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정부는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배후세력이 있는지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한명숙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등이 쾌유를 기원하는 난을 보냈다.
병원 주변에는 20일 오후 늦게부터 박 대표의 팬클럽 '박사모' 회원들이 몰려와 박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밤새 벌였다. 몇몇 회원은 "박 대표가 무사한지 직접 보겠다"며 병실쪽으로 가려다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정철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