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바글바글 하다니까요~”
19일 오전 9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 앞 바다. 진도 뭍에서 뱃길로 3시간을 달려와 조업 중이던 통영 선적 45톤급 꽃게잡이 어선 99웅진호의 이유실(59) 선장은 연신 콧노래를 불러댔다. 전날 새벽에 쳐놓은 통발 그물 800여 개에 꽃게가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3월 말부터 이 곳에서 꽃게잡이를 시작한 이 선장이 지금까지 건져 올린 꽃게 어획고는 줄잡아 1억여원.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선장은 “예년 같으면 지금쯤 충남 서산이나 인천 연평도로 이동했을 텐데 올해 이 곳에서 꽃게가 워낙 많이 나와 다음달까지 이 곳에서 조업을 하기로 했다”며 “좋은 길목은 이 지역 어민들이 텃새를 부려 애를 먹기도 하지만 다른 곳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전남 서남해역에 유래 없는 꽃게 대풍어가 찾아오면서 전남 진도군 조도면과 신안군 우이도 일대에는 요즘 활기가 넘쳐 나고 있다. 지난 해보다 2배 이상 많은 꽃게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고 있어 각 포구마다 꽃게 특수를 누릴 정도다.
꽃게어장이 형성된 독거도와 인근 관매도 앞 바다는 이미 전국 꽃게잡이 어선들 사이에 ‘돈 바다’로 소문이 나면서 꽃게잡이 배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곳에서는 20여 척이 넘는 어선들이 하루에 2~3차례씩 그물을 던지고 걷어올리는 그물질을 반복하며 어장을 훑고 있지만 매번 만선이다.
실제 이들 해역에서 지난 두 달간 잡아 올린 꽃게는 79톤. 지난해 꽃게잡이철(3~6월)에 건져 올린 어획량(49톤)보다 많다. 대표적인 꽃게어장인 연평도 주변에서 사상 최악의 흉어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목포 선적 7.9톤급 유성호 선장 송명진(34)씨는 “독거도 인근 해역은 말 그대로 ‘물 반 꽃게 반’”이라며 “지금껏 한번 바다에 나가면 1,000만~1,200만원 어치의 꽃게를 잡아 올려 벌써 3억원의 어획고를 올렸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들 해역이 ‘꽃게 황금어장’으로 거듭난 것은 무엇보다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어장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래에 파묻혀 있다 저녁이나 새벽 어스름 무렵 먹이 섭취 활동을 하는 꽃게의 서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모래펄.
진도군은 이 모래펄의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이들 해역에서의 모래채취를 전면 금지했다. 무분별한 해저 모래 채취로 파괴된 어장이 되살아 난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바다 수온도 꽃게가 살기 좋은 15도로 유지된 데다 해경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강화도 꽃게 급증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꽃게 값은 떨어졌다. 지난해 이맘 때 ㎏ 당 5만8,000원하던 상품이 올해는 3만1,000원으로 하락했다.
진도수협 최정태 과장은 “현재 이 곳에서 출하하는 꽃게가 전국 70%을 점유하고 있다”며 “서산 연평도 부근에 꽃게가 많이 나지 않아 이 곳으로 전국의 어선들이 몰려오고 있어 꽃게 어획량이 당분간 계속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우gwpar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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