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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지친 회사원들 "오늘 점심은 물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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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지친 회사원들 "오늘 점심은 물리치료"

입력
2006.05.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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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자리가 없다니까요.”

서울 남대문 근처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정모(31ㆍ여)씨는 얼마 전 점심 시작 시간인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부리나케 회사를 빠져 나갔다. 그가 찾아간 곳은 식당이 아닌 회사 인근 정형외과.

교통사고 후유증이 있거나 척추가 안 좋아서가 아니다. 다만 컴퓨터 관련 일을 하다보니 늘 따라붙는 어깨, 목 통증 때문이다. 점심시간 동안 온찜질, 저주파전기치료 등을 받으면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한결 개운해진다. 비용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5,000원에 불과하다.

정씨는 “야근이 잦다 보니 운동을 하거나 따로 마사지를 받기도 어렵다”며 “점심 때 병원 물리치료를 이용하면 피로도 풀리고 비용도 저렴해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층 또는 교통사고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병원 물리치료가 최근 사무직 회사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사무직의 특성상 어깨, 등, 허리의 통증이 만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물리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비용이 저렴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을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강남 모디자인업체에서 일하는 이모(26ㆍ여)씨 등 3명은 점심시간마다 일주일에 2~3차례 근처 한의원에 나타나 병원에서 ‘물리치료 3인방’이라고 불리운다. 몇 달 전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던 이씨가 5,000원 밖에 안 하는 비용과 효과에 만족해 입소문을 내자, 늘 가벼운 등ㆍ어깨ㆍ목 통증에 시달리던 직장 동료들이 따라 나선 것이다. 이들은 “통증이 아주 심한 것은 아니고 가끔 아프고 평소 찌뿌드드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한번 물리치료를 받고 나면 목욕한 것보다 더 개운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테헤란로 근처에서 일하는 강모(35)씨도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2달에 한번 정도씩은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을 찾는다. 강씨는 “예전에는 피곤하면 잠이나 좀 더 자는 것으로 풀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병원 물리치료를 받아보니 비용도 싸고 효과도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형외과, 한의원 등에서 제공하는 물리치료는 사람이 아닌 주로 기계를 이용해 약 1시간 정도 치료를 받는 것이다. 병원에 따라 전신마사지기계를 이용한 치료, 적외선치료기ㆍ온찜질 등의 온열치료, 전기치료 등등의 3,4 단계 코스로 진행된다. 비용은 싼 경우는 3,000원, 평균 5,000원 수준이다. 피로를 푸는데 효과가 좋다는 경락 마시지 등이 한 차례에 3~6만원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저렴한 것이다.

강남 모한방병원의 김동웅 원장은 “예전에는 척추디스크 환자, 노인성 관절염 환자 등이 물리치료실을 찾았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피로회복 차원에서 많이 찾는 등 ‘저렴한 마사지’ 정도의 개념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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