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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신작 초대전/ 설악의 화가, 꽃세상으로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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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신작 초대전/ 설악의 화가, 꽃세상으로 초대장

입력
2006.05.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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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설악산에서 살고 있는 화가 김종학(70)씨의 신작이 서울에 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 갤러리에서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온통 꽃 천지다.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1,000호(가로 8m, 세로 3m) 짜리 대작을 비롯해 현란한 원색의 온갖 꽃들이 무성하게 얼크러진 화폭이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다. 들꽃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림 속 꽃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불러봐도 좋겠다. 동자꽃, 붓꽃, 얼레지, 나리꽃, 산오이풀, 노루오줌, 마타리, 패랭이꽃…. 화가는 설악산에 피고 지는 꽃들을 참 열심히 관찰했나 보다.

그의 그림은 자연과 생명에 바치는 찬가처럼 보인다. 푸른 풀과 덩굴에 휘감긴 나무가 우거진 가운데 토끼와 노루, 꿩이 쌍쌍이 노니는 화폭의 싱그러운 냄새는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낙원이 꼭 이랬을까. 꽃밭 한복판에 가슴을 드러낸 채 누운 여인의 행복한 미소는 그대로 한 송이 꽃 같다. 계류의 위 아래로 날아드는 물총새며, 푸른 물에 둥실둥실 뜬 새 한 쌍도 정겹다. 10폭 병풍 모양으로 나란히 선 큼직하고 화려한 꽃들, 진달래 산천인듯 분홍빛 꽃구름이 두터운 이불처럼 화면을 반 이상 가로질러 덮은 그림, 개나리가 화면 가득 춤 추는 그림, 가을 열매를 매단 채 어지럽게 얽혀 말라가는 풀과 나무….

꽃 그림의 화사한 멋과는 다르게, 겨울 설악산을 그린 회색 톤의 그림에는 불끈 솟은 힘줄처럼 힘찬 기세가 넘친다. 눈 덮인 설악, 육중하고 단단한 돌산의 뼈대를 각진 선의 덩어리 덩어리로 표현해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4호 짜리 소품부터 1,000호 짜리 대작까지 다양한 크기의 그림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붓질, 두껍게 올린 물감의 질감이 확 다가오는 그림들이다. 작품에는 제목을 달지 않고 번호만 붙였다. 1,000호 짜리 그림은 전시장 벽에 걸어놓고 그려서 마무리했다.

작가는 40대 중반이던 1979년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려 보겠다”며 서울을 떠났다. 설악산에서 그는 서양 미술사조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났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숙명적 책임”이라고 느꼈다. 낮에는 꽃과 나비를 찾아 벌판을 헤매고 밤이면 별과 달을 보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꽃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20년 간 막혀서 괴로워했던 그림의 방향을 비로소 찾았다. 색이 없는 추상화가 대세이던 시절에 총천연색 꽃그림을 그리니까 “김종학이 타락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됐다.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는다”는 그는 “자연을 열심히 보지 않는 작가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설악산의 자연이 베푼 성찬을 배불리 즐길 수 있다. 전시는 6월 11일까지.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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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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