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훈련이지만 실전보다 강한 질책이 이어졌다. 박주영(서울)이 문전에서 슛타임을 놓치자 얼굴을 붉히며 그라운드로 들어와 화를 냈고, 이 호가 선수를 놓치자 ‘더 붙으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훈련 6일째를 맞은 ‘한국 축구의 성지’ 파주NFC는 19일 ‘작은 독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었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잘못을 용서하지 않았다. 후배들의 훈련모습을 지켜본 유상철 KBS 해설위원이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했을 정도.
이날 실시된 오전 훈련은 대표팀 내 주전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오전은 8명이 빠진 가운데 5대5 미니게임을 70분간 진행했고, 오후에는 박지성과 정경호만 제외된 채 전 그라운드를 사용해 10대10 실전게임을 가졌다.
5대5 미니게임은 청룡구장 5분의 2에 불과한 공간에 골대 두개를 설치하고 골키퍼 포함 5명을 한 조로 세 팀으로 나뉘어 진행된 릴레이경기. 2분 1라운드 경기를 쉬지 않고 16번이나 진행했고, 두 팀이 경기하는 사이 한 팀은 휴식을 취했다.
미니게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강조한 것은 압박 수비와 슛 타이밍. 수비수에게는 좁은 지역에서 상대선수를 밀착 마크 해 묶고, 공격수들은 이 수비를 뚫기 위해 빠르고 과감한 슈팅을 요구했다.
40여분간 진행된 16라운드 경기에서 터진 골은 모두 20골. 백지훈이 4골로 최다골을 기록했고 설기현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오후에는 소집 이후 처음으로 전 그라운드에서 10명의 선수들이 맞붙는 실전게임이 45분간 진행됐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안정환-이천수-설기현의 스리톱과 미드필드 이호, 이을용 그리고 이영표-김진규-최진철-조원희를 포백으로 하는 팀을 이끌었고, 핌 베어벡 수석코치는 조재진-박주영-백지훈, 김남일, 김두현, 김동진, 김상식, 김영철, 송종국으로 팀을 꾸렸다.
승부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끈 팀이 원톱 안정환의 활약(1골1어시스트)으로 2-0의 완승을 거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내내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직접 지적하고 수비와 공격의 간격을 좁히라는 주문을 쉼 없이 내며 독려했다.
긴장감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 갔다. 월드컵본선 경기를 치르는 분위기였다. 전날까지 훈련 때마다 터진 선수들의 웃음 소리는 자취를 감췄고, 거친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드보카트호가 탐색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이었다.
파주=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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