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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재경부, 10년후까지 살아남는다고?

입력
2006.05.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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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지난 11일 ‘재경부, 10년 후에도 존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내부 혁신워크숍을 열었다. 경제정책 콘트롤 타워로서의 역할과 지위가 날로 떨어지는 지금 추세라면 10년 후엔 부처의 존립근거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실제로 재정과 금융의 양대 칼을 휘두르며 경제ㆍ사회부처를 호령하던 과거의 위세는 지금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부처 간 역할분담 명분에 예산편성권과 금융감독권이 떨어져 나가고, 책임장관제 실시로 부총리부처라는 명성도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남은 기획ㆍ조정 기능도 뚜렷하지 않아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워크숍에서 나온 목소리들은 이 같은 우려와 고민을 잘 드러낸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선도부처, 두뇌부처라지만 권한이 거의 없고 시장의 정책간섭력이 커져 총괄조정자로서 역량이 쇠진된 상태다”

“환경은 상전벽해처럼 바뀌었는데도 의식은 과거에 머물러 정책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조직이 기획보다 집행기능 위주로 개편돼 직원 간 의사소통이 부족하고 사기도 떨어졌다”는 등 평소 같으면 꺼내기 어려운 얘기들이다.

● 뒤늦게 희한과 반성의 목소리

그러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뜻 감동이 오지 않는다. 1년 전 이맘때 재경부는 ‘재경부가 망하는 시나리오’라는 역설적 주제로 비슷한 이벤트를 가졌다. 여기서 발표자들은 경기진단 실패, 정책 일관성 부족, 정책수립의 투명성 및 합리성 결여, 뒷북치는 정책, 중장기 비전 상실, 인기영합 선심정책 등등의 쓴 소리를 쏟아냈고 가감없이 공개됐다.

그런 만큼 기대도 컸다. 이런 인식과 각오라면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책의 난맥상을 해소하고 청와대와 총리실, 개별 경제부처 등의 무분별한 숟가락 걸치기에 휘둘려온 리더십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묻고 싶다. 자괴감에 빠진 회한과 반성의 목소리는 1년 전보다 오히려 커졌고, 경제사령탑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정책의 중심에서 멀리 비켜서 있다. 이런 식이라면 “10년 후인 2015년 1인당 GDP 3만달러, 국가경쟁력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삼아왔으나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는 자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조직혁신ㆍ자기혁신만이 해법이라는 동어반복적 헛구호만 나뒹굴게 될 것이다.

이런 처지로 내몰린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의제로 대두된 격한 논쟁을 불러온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부동산, 증세ㆍ감세, 재정과 정부역할, 외국자본 과세, 한미 FTA 등의 주요 이슈를 주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아니, 관리는커녕 청와대나 그에 맹종하는 관리들이 두서없이 벌이는 일을 뒤치다꺼리하는 데 급급하며 ‘나팔수’역을 머물러왔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의 부동산 버블 논란을 보면 문제가 확연히 드러난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부터 서울 강남권 등의 투기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두더지 때리기’식으로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대책을 내놓았다. 재경부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합리화’라는 말로 뒷북을 치더니 돌연 남의 얘기하듯 ‘버블붕괴론’ 전파의 첨병으로 나섰다.

정부가 버블을 키웠음을 자인하면서도 책임은 국민 개개인이 지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과거 벤처거품이나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의 고통과 교훈을 안다면, 경기냉각과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거품을 연착륙시킬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일의 순서인데, 헛발질만 하는 꼴이다.

● 정권에 휘둘려선 내일 없어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여기엔 재경부가 망하는 모든 시나리오가 다 들어 있다. ‘10년 후에도 과연 살아 남을까’라고 묻는 것조차 어색하다.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놓고 ‘혁신 마일리지’를 쌓으라고 채근하는 것이 장ㆍ차관이 할 일이 아니다. 경제운영의 큰 틀 안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제반 정책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조합을 일관되고 유연하게 추진하는 리더십 회복만이 재경부가 살아 남는 방법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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