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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소음,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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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소음, 어찌하리오"

입력
2006.05.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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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도 무조건 투표일까지만 참으라니 이건 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문경민(37)씨는 19일 오전8시께 확성기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아파트 앞에 주차한 구청장 후보 유세 차량에서 틀어놓은 음악 소리였다. 문씨는 “후보자를 알리는 것은 좋지만 새벽까지 일하다 들어온 사람에게 너무 심하지 않느냐”며 “필요한 사람을 뽑아야 할 선거가 오히려 유권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5ㆍ31 지방선거 유세전이 시작되면서 선거 소음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선거 운동 첫날이었던 18일 하루 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민원만 100여건에 이른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세용 확성기의 소리 크기는 보통 70~80㏈, 열변을 토할 경우 10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옆에서 떠들거나(65㏈) 지하철이 플랫폼에 들어올 때(80㏈)보다 시끄럽다.

유권자들이 많이 다니는 주택가 인근 상가 지역의 피해는 더 심하다. 오후에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 보니 보습학원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고 동네 개인병원을 찾던 손님의 발길도 뚝 끊겼다. 서울 관악구 E컴퓨터학원 김모(42) 원장은 “가뜩이나 요즘 수강생이 줄어 걱정인데 아예 밥줄을 끊을 셈이냐”며 “선거가 사람 잡겠다”고 역성을 냈다.

유세 소음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주거지역에서 열리는 집회나 시위의 경우 소음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경찰 경고 후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선거법은 유세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 크기는 규제하고 않고 있다. 유세 가능한 시간(오전6시~오후11시)만을 정해놓고 있을 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는 집회, 시위와 달리 공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시끄럽게 떠들고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후보는 유권자들이 외면할 테니 결국 손해를 자초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소음 때문에 벌써부터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 주부 안서희(33)씨는 “유권자로서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보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 아니냐”며 “너무 짜증나서 투표하러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은 이 같은 불만들이 야속하다는 반응이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를 치르면서도 참여하기보다는 외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사소한 것으로도 항의와 질타를 받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후보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광역ㆍ기초단체장, 시ㆍ도의원, 시ㆍ군ㆍ구의원 등 투표 용지가 6가지나 되는 선거여서 헷갈릴 수밖에 없는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할 입장이다.

서울의 한 시의원 후보를 돕고 있는 박모(36ㆍ여)씨는 “로고송과 후보의 이름을 함께 반복해서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어차피 선거는 왁자지껄하기 마련인데 다른 후보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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