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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면당하는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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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면당하는 유세

입력
2006.05.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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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의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산동 까르푸매장 앞 사거리는 열린우리당 시장ㆍ구청장ㆍ시의원ㆍ구의원 후보들과 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거운동원 100여명으로 북적거렸다.

2시간쯤 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벽산사거리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도지사ㆍ시장ㆍ도의원ㆍ시의원 후보들이 한 데 모였다.

두 곳 모두에서 선거가 본격 시작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세차량들이 번갈아가며 로고송을 내보냈고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흥겨운 율동이 펼쳐졌다. 연단에 오른 후보들마다 사자후를 토해냈다.

하지만 후보들이 있는 곳에서 4차선 도로 하나만 건너면 전혀 딴 세상이었다.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유권자를 발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장사에 방해된다는 상인들의 항의가 더 크게 들렸다.

이 같은 풍경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이 크기도 하거니와 제도상의 맹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돈 안쓰는 선거'를 위해 정당ㆍ합동연설회를 폐지한 건 의미가 있었지만, 사실상 후보가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 측면도 적지 않다.

게릴라식 거리유세가 가능하지만 여러 후보들이 '목 좋은 길목'에서 온종일 마이크 볼륨을 높이는 건 소음이었다. 우연히 거리연설 차량 앞을 지나게 된 유권자에게 20~30분간 후보자의 얘기를 들어주길 기대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었다.

흔히들 선거는 한 판의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인천과 안양의 거리유세 풍경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아예 연설시간을 최소화한 채 '기호 ○번 □□□입니다'만 외쳐대거나, 죽을 각오로 뛴다는 의미의 상복을 입어서라도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양정대 정치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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