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이 사실상 신정(神政)국가에서 세속국가로 되돌아왔다.
네팔 의회는 18일 갸넨드라 국왕으로부터 군대 통수권과 국왕으로서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 갸넨드라 국왕의 후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 몫으로 부여하는 한편 국왕의 소득과 자산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네팔을 사실상 세속적인 국가로 선언한 것이다. 힌두교 신 비슈누(운영자)의 화신으로 간주되던 국왕의 지위는 명목상의 지도자로만 남게 됐다.
의회는 이로써 9만명에 이르는 군대를 직접 통제하게 됐으며, 왕실자문위원회가 갖고 있던 국왕 후계자 지명권도 보유하게 됐다. 이날 결의안은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새 총리가 결의안을 제출한 지 2시간도 안 돼 의원들의 구두 투표로 승인됐다.
코이랄라 총리는 “네팔은 더 이상 힌두교와 국왕이 동일시되는 ‘폐하의 정부’가 아니라 ‘네팔 정부’로 거듭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결의안은 국민의 염원과 지난 시위에서 순교한 사람들의 희생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방해하고 폄하하려는 측에 대해서는 맞서 싸워달라”고 촉구했다.
2001년 살해된 형을 이어 왕위에 오른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해 2월 내각 전원을 해임하고 의회를 해산한 뒤 “모든 권력은 국왕에게 있다”며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대해 네팔 국민들은 갸넨드라 국왕의 퇴진과 국왕의 권위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갸넨드라 국왕은 지난달 국민의 뜻을 수용해 의회를 복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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