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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하이 아바나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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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하이 아바나 평양

입력
2006.05.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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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홍콩 대공보 창간 100주년 기념 초청으로 중국 곳곳을 방문하다가 상하이의 명소인 동방명주(東方明珠)탑에 올랐다. 우리로 치면 남산 N서울타워쯤 되는 곳이다. 국문학(중국문학)을 전공했다는 상하이시청 여성 홍보책임자가 방명록에 시를 써 달라고 했다. 저 아래 푸강 너머로 마천루가 즐비한 신도시 푸둥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성왕(文成王ㆍ공자)은 태산에 올라 세상의 넓음을 알았다고 했는데/ 여기 동방명주에 올라 상하이의 상전벽해를 실감하노라”라고 적자 ‘오르다’를 등(登)과 상(上)으로 운을 맞춘 게 참 마음에 든다며 연신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관주)를 쳤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의 공동문어였던 한문으로 대화하는 재미야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지만 눈물과 함께 울컥 하는 것이 치밀었다. 똑같이 사회주의를 했는데 어떻게 중국은 이런 모습이고 내 혈육들이 사는 북한은 굶어죽는 어린이가 부지기수란 말인가?

김기남 비서를 단장으로 한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16일부터 쿠바를 방문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생각이 다시 사회주의 쿠바의 상전벽해에 미쳤다. 1991년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쿠바는 석유와 공산품, 식량을 싸게 수입할 수 있는 우호국들을 잃어버렸다. 당장 자동차와 농기계가 멈춰 섰다.

■30년간 미국의 수출입금지 조치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 주던 우방들이 제 살기 바빠지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만 것이다. 육류는 생각할 수조차 없고 영양실조로 5만여 명이 일시적으로 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국가적 위기를 쿠바는 유기농업으로 돌파했다.

수도 아바나의 주차장과 옥상에까지 흙을 붓고 채소를 키웠다. 모든 과학 역량도 유기농법 개발에 쏟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유기농업으로 전환한 것이 이제는 식량 완전 자급을 이룬 것은 물론 ‘환경 오염 없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범 사례로 발돋움했다.

■쿠바의 눈부신 변신은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민간구호단체 옥스팜이 2001년 6월에 낸 54쪽 짜리 현장 보고서(http://www.oxfamamerica.org/publications/art1164.html)가 객관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최근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한 리비아도 3년 전 핵무기 개발 포기와 함께 경제 개방을 선언한 이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저런 상전벽해를 보면서 평양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어만 간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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