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부동산 거품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한데 이어 19일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부동산 거품론을 제기했다.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갔다가 꺼질 때 위기 또는 장기침체 등 심각한 몸살을 앓게 돼있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부동산 버블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 정부 관계자 모두 부동산의 버블 붕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지 거품 붕괴는 아니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품을 거론하는 것은 갑자기 거품이 꺼져 경제위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논리는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버블 세븐’ 지역에서 버블 붕괴 현상이 생기면 전국적으로 버블 붕괴가 확산되고 결국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준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 가계 파산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착륙이란 목표를 실현하려면 ‘버블’(bubbleㆍ거품) 대신 맥주 거품을 뜻하는 ‘프로쓰’(froth)라는 용어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버블은 풍선을 계속 불다가 터져버리는 것처럼 일단 꺼지면 갑자기 가라앉아 버리지만 맥주 거품(프로쓰)은 위에 있는 거품 부분만 자연스럽게 가라 앉는다”고 말했다.
최근 ‘버블 세븐’이란 용어를 만든 쪽도 청와대 경제보좌팀이 아니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버블 세븐론’을 처음 제기한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홍보수석실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는 “버블 붕괴론은 너무 위험해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 인식에 있어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들어가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경제보좌관실과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일부 지역 부동산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거품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거품론 제기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폭등했다가 급락,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또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거품론을 제기하는 데도 불구하고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의 상승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자 보다 확실히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가 아파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가 크게 늘어나게 되는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 세금 제도는 노무현 정권이 끝나도 안 바뀐다”고 강조, 부동산시장 안정화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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