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그제 한 모임에서 지적했다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와 충고는 폐부를 찌를 만큼 날카롭고 정확했다. 그가 국내에서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국외에서는 ‘아시아의 현인(賢人)’으로 추앙 받는 까닭을 이해하게 해줄 만큼 탁월한 식견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장차 중국의 성장에 대한 경고가 섬뜩하다. 그는 “20년 후면 중국이 지금 한국이 하고 있는 일을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금은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10~20년 후면 오히려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화교 출신이고, 화교가 경제권을 잡고 있는 싱가포르를 30년 이상 통치해온 그이기에 이 같은 전망은 한층 신뢰를 준다. 그는 이전에도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아시아 4용 시대가 끝나고 중국과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리 전 총리는 대응책으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정부가 벤처 캐피털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래의 한국 모습에 대한 국민의 합의’라고 말해 심각한 이념적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장기집권과 부자 권력세습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적 지지를 잃지 않는 비결은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아닌가 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있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답답하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이 해외에 나가면 세상이 조용하겠다고 농담을 하는 상황이니 비교가 무색하다. 이번 지방선거와 내년의 대선에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이런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