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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배우 참여 독특한 설치 미술 '이미지극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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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배우 참여 독특한 설치 미술 '이미지극장'전

입력
2006.05.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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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미술의 만남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서울 신사동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미지 극장’전이라는 이름 아래 조형미술가와 무대미술가, 연출가, 배우들이 참여해 만든 설치미술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상, 설치, 홀로그램 등 다양한 기법으로 실제 혹은 가상의 무대를 제작하거나 관객과 배우에 대한 생각을 시각화했다. 미술관에서 연극을 만나는 즐거움이 별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爾)의 무대디자이너 권용만은 무대 뒤에서 솟아오르는 불길과 그 앞에서 춤추는 야광의 선들로 극중 연산과 공길, 장생의 캐릭터를 표현했다.

이상현의 영상설치 ‘코리아 환타지’는 연출가 이용훈의 풍자극을 위한 것이다. 저울 모양의 양쪽에 커다란 풍선을 달고 풍선 표면에 극중 배우의 연기 영상을 쏘고 있는데, 그 장면이 우스꽝스럽다. 왼쪽 풍선의 남자 배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떠드는데, 오른쪽 풍선의 여배우는 교태를 부리며 딴청이다. 덜렁대며 따로 노는 두 개의 풍선은 부조리와 위선이 판 치는 한국 사회를 가차없이 조롱한다.

연극배우 김지숙과 미디어 영상감독 천 정의 공동작업은 김지숙의 1인극 ‘로젤’을 위한 영상설치 무대다. 남성 중심적 사회에 잔인하게 짓밟힌 여자 로젤의 운명을, 무대 뒤 벽을 타고 바닥까지 쿨렁쿨렁 흘러내리는 붉은 핏덩이 혹은 꽃잎 같은 영상이 말없이 위로한다.

정소연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을 3개의 방으로 구분된 원형 회전무대로 제작했다. 샹들리에, 분홍빛 욕조와 널브러진 목걸이 등 소품과 여자 무용수의 퍼포먼스 영상이 천천히 돌아가는 가운데 전시장 벽에 텍스트가 씌어진다. “여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있다는 건 영원한 루머에 불과하다.”

김준섭의 ‘에쿠우스’는 영상과 인터랙티브 사운드의 설치작품이다. 어두운 복도의 전면에 헤드라이트를 켠 오토바이와, 극중 주인공 소년을 여배우로 바꾼 장면이 영상으로 버티고 있다. 복도를 빠져나갈 때 갑자기 터지는 헤드라이트 깨지는 소리에 관객은 깜짝 놀란다. 스물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찌른 극중 주인공의 역할을 체험하게 하는 장치다.

이들 작품과 달리 프로젝트 그룹 뮌의 ‘홀로오디언스’, 김영진의 ‘재키의 그네’는 무대 그 자체가 아닌 배우와 관객에 대한 해석이다. ‘홀로오디언스’는 관객의 이미지를 담은 홀로그램 판 400장을 야외 원형극장의 객석 모양으로 설치한 작품이다. 이 앞에 서면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진다. 관객이 무대의 주인공, 즉 배우로 바뀌는 순간이다.

‘재키의 그네’는 중얼거리면서 그네를 타는 한 여자의 모습을 전시장의 네 벽면에 영상으로 비춘다. 배우의 속성을 한 인물의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02)547-917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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