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아빠에게 편지 쓰기’를 하다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요.”
‘고릴라’의 한나 마음도 그랬을까? 한나는 아빠랑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퇴근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피곤한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서 있다. 한나에게 아빠는 등을 보여준다. 언제나 얼굴이 신문에 가려 있는 ‘금붕어 두 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의 아빠도 그랬다. 아이들 세계에 눈길을 주지 않는 아빠를 아이는 멋진 금붕어 두 마리와 바꾼다. 고민도 없이, 자기에게서 가장 무의미한 물건을 내어주듯.
친구들에 의해 전자기타와 다시 고릴라 가면과 또 토끼와 바꾸어진 아빠, 가족에게서 소외된 아빠를 불온하게(?) 그렸다.
그래도 요즘 아빠들은 많이 다르다. 아이와 함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혹은 의지가 있다. 유치원 입학식이나 체육대회에 가고, 롤러블레이드를 챙겨 공원에도 나간다. 가끔 아줌마들만 잔뜩인 도서관 바닥에 섞여 앉아 여러 목소리를 연출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들도 본다.
그러나 아직은 ‘이벤트’다. 엄마와 아이가 구체적인 일상을 나누는 지금 아직 많은 아빠들은 ‘외출중’이다. 도대체 아빠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동물 아빠들’에는 아빠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태어날 새끼들을 위해 집을 짓고 아기가 태어나면 멀리 나가는 엄마 대신 집을 지키며 새끼들을 보호해 주는 가시고기 아빠, 새끼들을 혀로 깨끗이 닦아 주는 초원들쥐 아빠, 노래를 가르쳐주는 초원종다리 아빠…. 동물의 털과 감촉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 속의 아빠들은 아이의 일상에 개입한다.
이제 아빠를 우리 생활에도 다양하게 등장시키자. 비 오는 날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된 아이, 심심해 죽겠는데…, 아빠는 피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우선 반죽이 필요하겠지.
피터를 주무르고 돌려서 피자 빵을 만든 다음 빵 위에 땀띠분, 장기 말, 종이를 뿌려 갖가지 재료를 얹어 오븐 침대에 눕힌다. “노릇노릇 잘 구워지면 피자를 썰어 먹겠다.” 그렇게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하는 사이, 비는 그친다.
우리 아이도 밀가루 반죽이고 싶어 한다. 주무르고 돌려대면 간지럼 타며 깔깔댄다. 연필과 지우개, 머리 고무줄과 사탕, 양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반죽 위에 토핑하면 반죽이 나서서 제 몸에 멋지게 디자인 한다. 드디어 오븐 침대에 올리면 “아이고 뜨거워” 하며 오그라든다. 우리 아이는 맛있는 피자가 되고 싶어 한다. 아빠와 함께 놀고 싶어 한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