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LA에 이은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 하지만 뉴욕이나 LA에 비해 매우 낯이 설다. 마피아의 대부 알 카 포네, 미시간 호수, 마이클 조던이 뛰던 농구팀과 세미 소사나 최희섭이 뛰던 야구팀, 컨벤션 산업. 우리가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은 뭐 이 정도 아닐까. 따지자면 굳이 시카고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파고 들수록 매력 넘치는 도시가 아닌가. 그 가운데 하나가 재즈 블루스 가스펠 공연이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 도심의 한 공연장에 들어갔다. 지그재그 늘어선 긴 줄이 공연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공연장은 뷔페식당을 겸한다. 이날은 ‘초우즌’(Chosen)이라는 가스펠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20여명의 합창단은 모두 흑인이었는데 짙으면서도 끈적끈적한 목소리에 기교가 넘친다. 무대에 오르자 마자 이들은 가벼운 율동을 겸한 흥겨운 합창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두 세곡 노래가 이어지자 어느덧 열기가 뜨겁다.
흥 많은 관객은 벌써부터 자리에서 들썩거린다. 그 순간 합창단의 리더가 일어나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자고 부추긴다. 왼손을 들어라, 오른손을 들어라, 박수는 이렇게 쳐라…. 이런 식으로 율동 지도를 한다. 어느새 얌전히 앉아 있는 게 어색해진다. 모두 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흥겨움에 흠뻑 빠져드는 그 순간,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바로 그 시간, 이제 누가 합창단이고, 누가 관객인지 모른다. 영화 ‘시스터 액트’의 수녀 합창단 공연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시카고에는 이처럼 음악 공연이 내내 줄을 잇는다.
시카고가 음악 도시가 된 것은 철도 때문이다. 미시시피와 시카고 사이의 열차 운행이 시작되면서 흑인 음악가들이 시카고로 몰려왔다. 무디 워터스, 버디 가이, 처크 베리 같은 유명 가수가 바로 시카고에서 활동했다.
시카고는 음악의 도시답게 블루스와 가스펠 페스티벌(6월초), 컨트리 페스티벌(6월말), 라틴 음악 페스티벌(8월말), 재즈 페스티벌(9월초), 월드 뮤직 페스티벌(9월말) 등 다양한 음악제가 열린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시기를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다.
시카고는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하늘을 향해 솟은 마천루와 개성 강한 건물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 건물을 가까이서 보려면 운하에서 배를 타고 도심을 관통하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이 좋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시어스타워(442m)를 비롯해 AON센터(346m), 존 핸콕 센터(344m)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있다. 시카고 문화센터, 해럴드 워싱턴 도서관 센터 등은 상업적 고층 건물과 달리 웅장함과 멋스러움을 지닌다. 그래서 시카고를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으로 부르는데 이는 1871년 일어난 대화재로 대대적인 도시 재건 사업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또 다른 매력은 박물관이다. 애들러 천문대, 쉐드 아쿠아리움, 필드 뮤지엄 등이 몰려있는 미시간호 주변을 ‘박물관 캠퍼스’라고 부를 정도다. 미라, 이집트 무덤, 미국 원주민의 공예품에 세계에서 가장 크고 완벽한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을 전시한 필드 뮤지엄은 시카고의 자랑이다.
■ 여행수첩
고층 건물이 환한 불빛을 비추기 때문에 야경이 멋있다. 미시간호에서는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고 존 핸콕 센터의 94층 전망대에서는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라면 삼각대를 준비하자.
시카고는 바람이 세다. 미시간호에서 부는 바람이다. 윈드 재킷을 준비하면 좋다.
음식이 다양한데 그 가운데서 우리에게도 낯익은 시카고 스타일 피자를 한번 먹어보자.
대한항공 주 7회, 아시아나 주 3회 출발.
시카고=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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