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세계 증시가 휘청거림에 따라 ‘검은 목요일’이후 세계 증권시장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조정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각적인 대비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왜 급락했나 17일(현지시간) 밤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월가의 전망치를 웃돌자 시장은 이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CPI 발표는 유가 등 원자재 급등이 본격적으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축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만큼 세계 경제가 하반기에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증폭됐다.
이 바람에 다우지수가 2003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200포인트)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7일 연속 추락했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어떻게 될까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인플레이션 + 금리인상’이란 최악의 조합이 현실화하고 있어 당분간 세계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세계 증시 움직임과 ‘팔자’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인의 영향으로 추가 조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한 두차례의 충격이 불가피하며 지난 2004년 ‘차이나 쇼크’ 이후 가장 큰 고비”라고 분석했다.
오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도래로 경기측면의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향후 미국이 5% 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인상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현대증권 전략팀장도 “당분간 인플레이션 논란이 주식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 보수적인 접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융단 폭격식 매도는 국내 주식시장을 힘들게 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만 4,11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7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이 기간 동안에만 1조5,000억원 이상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24일 한때 3조8,890억원에 육박했지만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이날 현재 4,000억대로 떨어지며 지수를 압박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응책은 뭔가 그러나 일각에선 4월 CPI가 월가 예상치를 0.1%포인트 상회한 것에 불과한데도 세계 증시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하되 저가 매수를 노리는 찬스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잠재돼 있던 악재가 분출된 것이기 때문에 최악의 국면으로 가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것”이라며 “ 1,300대 중반부터는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하반기 상승을 겨냥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런 심리 때문인지 이날 주식시장은 투매 등 과거 ‘블랙 먼데이’ 때와 같은 패닉 현상 없이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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