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반미와 어제의 반미가 만났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럽_북아프리카 순방의 하나로 17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AP 통신은 “회담이 이뤄진 가다피 대통령의 집은 1989년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후 수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껄끄러운 과거를 드러냈다”며 “이들은 집 옆에 설치한 천막에서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리비아 고위 관리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1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 앞서 공조를 다짐하고 양국이 ‘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원유 가격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금지 조치를 겨냥, “무기는 자체 제작하거나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하면 된다”며 “세계는 제국주의자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리비아와 외교 관계 정상화를 발표한 미 정부는 “가다피 대통령이 차베스 대통령에게 대 테러 협조를 부탁했을 것”이라며 회동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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