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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버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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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버블 붕괴

입력
2006.05.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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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는 자신의 구두를 닦던 소년으로부터 투자할 만한 주식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깜짝 놀란다. “주식 투자의 광풍이 이 정도라면…” 그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주식을 팔아치우고 현금화했다.

얼마 뒤 뉴욕증시는 대폭락했고 대공황이 세계경제를 덮쳤다. 1929년 대공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주인공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다. 자신이 주가조작세력이었으면서도 뉴욕증권거래소(SEC) 초대이사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주식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대공황 속에서도 1,000만 달러를 버는 신화를 남겼다.

▦ 경제에서 버블(거품)이란 자산의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정작 어느 수준을 넘으면 버블인지를 가려낼 정확한 분석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 방법을 알아낸다면 엄청난 부를 챙길 수 있고, 그 자체로 노벨상 감이다.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비이성적인 군중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나 팔아치울 때 모두 뻔히 보이는 사실들을 외면한 채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에 따라 이리 가고 저리 간다.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이성과 상식을 갖추고 있지만 군중 속에 있을 때는 바보가 된다”는 독일 극작가 쉴러의 지적 그대로다.

▦ 국내외적으로 버블 논쟁이 뜨겁다. 세계적으로는 무섭게 치솟던 원유, 원자재 가격이 돌연 폭락세를 돌아서 이제는 자산거품 붕괴론이 제기된다. 그 진앙은 비관적 경제 전망으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였다.

“원자재 시장은 폭발을 앞둔 버블 상태”라는 그의 한마디에 세계상품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장세로 돌변했다. 로치는 비이성적인 상품가격 급등세는 투자자들이 공급쪽 요인만 바라보며 가격 트렌드 등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는 ‘심리적 부정(Psychological denial)’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 모건스탠리의 또 다른 수석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이에 앞서 한국경제의 버블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며 특히 서울 부동산값은 일본형 버블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분석에 고무라도 된 듯 부동산정책 책임자들이 일제히 나서 부동산 거품론을 제기하며 폭락 가능성을 떠들어 대고 있다.

자산 폭락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관료들이 ‘폭락’, ‘붕괴’ 같은 극단적 용어를 남발하며 위험한 전망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경제가 어떻게 되든 부동산만은 잡아야 한다는 집단심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배정근 논설위원 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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