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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미국, 꿈의 땅 '라스베이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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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떠나자 - 미국, 꿈의 땅 '라스베이거스'

입력
2006.05.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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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는 욕망의 도시다. 한 번쯤 가보고자 욕망하게 하는 도시이고, 스스로 더 거대하고 더 화려하고 더 자극적인 내일을 욕망하는 도시다.

로키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가랑이 사이, 모하비의 황량한 평원 복판에 두덩처럼 불쑥 솟구쳐 앉은 해발 1,600m의 고원 도시. 불야성 라스베이거스는 아메바처럼 꿈틀대며 제 욕망의 충동에 따라 충실히 증식과 변신을 거듭하고 있었다.

뉴 스트립(중앙대로)를 따라 늘어선 현란하고 거대한 외관의 호텔들. 영화며 드라마의 배경으로, 혹은 권투와 K1 이종격투기 생중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귀에 익은 이름들- 시저스팰리스, MGM그랜드, 룩소르, 벨라지오, 베네시안, 만달레이, 미라지, 윈, 더 호텔….

이들 호텔들은 그냥 ‘호텔’이 아니라 작은 도시라 할 만하다. 그 자체로 작은 라스베이거스들이고, 거대도시 라스베이거스의 주인공들이다. 호텔 부속시설로 4,000석 규모의 웅장한 공연장이 있고(시저스팰리스), 인공의 하늘 아래 곤돌라가 누비는 인공운하가 있고, 그 물길을 따라 세기의 명품샵들이 끝없이 도열한 쇼핑타운(베네시안)이 있다.

서핑 대회도 연다는 인공 파도풀과 상어 명색은 다 모아놓았다는 워트파크(만달레이)가 있고, 로비 전체를 형형 색색의 꽃박람회 전시장처럼 꾸며놓고도 모자라 천장에다 600만 달러를 들여 거대한 꽃 유리 조각으로 멋을 낸 곳(벨라지오)도 있다. 11점의 피카소 진품 유화로 벽을 장식한 레스토랑(벨라지오 ‘피카소’), 4층 높이의 4각 와인셀러를 종업원이 와이어를 타고 오르내리는 레스토랑(더 호텔 ‘오레올’)…. 시선 둘 곳을 몰라 어지러웠고, 길을 잃지 않을까 두려웠다.

밤 거리도 공짜 볼거리로 풍성하다. 용암이 분출하는 화산쇼, 1만3,000평 넓이의 연못에서 펼쳐지는 음악분수쇼, 370m의 거리 천장을 600만개의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으로 뒤덮어 애니메이션을 선뵈는, LG의 자본과 기술로 이뤄진 다운타운 프레몬트 거리의 전구쇼….

방과 밥을 싸게 제공하면서 카지노 하나에 올인했던 라스베이거스가, 그 호텔들이, 오늘의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이미 라스베이거스는 종합 휴양도시로, 갬블러들만이 아닌 인간의 모든 욕망 앞에 입시하는 꿈의 시녀로 제 품을 펼치고 있다. 2년 연속 하와이를 제치고 미국인들이 가장 가고싶은 휴양지로 꼽혔다는 곳,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3,700만 명이 찾아와 16만여 개의 호텔 객실을 놀릴 틈 없이 채운다는 곳, 지금도 새로운 초대형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고, 인구 역시 매년 1만 명씩 늘어난다는 곳. 인간의 욕망이 돈과 상상력으로 낳아, 그 욕망을 따라 키워온 극단의 시공간.

라스베가스는 제 품에 내장한 저 수많은 욕망의 거울들로 하여, 인간의 내면을 여지없이 발가벗긴다. 그리하여 벽장 속에 가둬두고 잊어버렸거나 애써 외면하고 억눌러온 내면의 낯선 갈망들을 만나게 한다.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다만 그 선물은 사랑하는 이의 눈빛에서 우리가 채워줄 수 없는 욕망의 그림자를 보는 슬픔과 함께 주어질 지 모른다.

라스베이거스=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미국, 신의 땅 '그랜드캐년'

‘인간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신의 땅’ 그랜드캐년의 남쪽 관문이다.

두 곳의 거리는 약 480km(버스로 약 5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경비행기나 헬기를 이용한 당일 관광이 가능하다. 사막도로를 3시간 남짓 달려 협곡의 가장자리에 닿은 뒤 헬기로 둘러보는 상품도 있고, 경비행기(약 1시간)로 가서 셔틀버스로 전망 좋은 꼭대기로 이동한 뒤 둘러보는 상품 등이 있다. 비용은 1인당 약 25만~30만원.

콜로라도강의 거친 물살과 카이바브 고원의 세찬 바람이 겁의 세월을 깎아 만든 그랜드캐년은 그 길이만도 천리(443km)를 뻗었고 평균 깊이 1.2km 너비는 16km에 달한다. 해서, 그랜드캐년 관광은 겉핥기이기 쉽다.

노새를 타거나 걸어서 협곡 바닥까지 내려가서 콜로라도 강물에 발이라도 담가볼 수도 있지만 사전 예약을 하거나 일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립공원내 브라이트 에인절 산장에서 협곡 아래 숙소인 팬텀 목장까지 이어진 구비구비 벼랑길의 거리가 약 20km에 달해 당일로는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안에 통나무 숙소도 있고, 캠핑도 가능하다.

오는 9월쯤 대한항공에서 주3회 라스베이거스 직항로를 연다고 한다. 지금처럼 LA나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가는 것보다 서너 시간 가량 서울에서의 시간거리가 단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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