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일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나 눈의 색깔부터 키, 체형까지 천차만별인 미국인들에 비하면 한국인들의 생김은 대부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쇼 프로 연예인 얼굴 비슷비슷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인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하나의 도전 과제처럼 느껴졌다. 한국인들은 ‘김’ ‘이’ ‘박’처럼 성씨가 비슷한 사람이 많은데다, 대부분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깔까지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오랜 시간이 흘러 한국 사람들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진 것은 물론 중국인과 일본인 등 다른 아시아계 외국인을 구분하는데도 익숙해졌다. 그들의 미묘한 옷차림 차이와 눈이나 머리카락 색깔 외의 다른 신체적 특징을 구분하는데 익숙해진 뒤에는, 왜 내가 그토록 사람들을 구분하는데 힘들어 했는지 의아한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토록 익숙해진 지금에도 가끔씩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지난 주말에 한국 방송에서 하는 한 쇼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 당황스러움도 그런 경우다. 그 프로그램에는 많은 젊은 여자 탤런트와 영화배우들이 출연했는데 그들의 외모는 너무나도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출연자 대부분이 머리 스타일은 물론 눈, 코, 얼굴 윤곽 등 외모가 너무 흡사해서 마치 모든 이가 똑 같은 얼굴로 보일 정도였다.
나는 마치 바비인형을 보는 것 같은 그들의 개성없는 외모를 보며, 그 같은 현상이 서구적 외모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 탓일 수도 있겠지만 과연 성형수술 없이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한국 연예인들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일단 그들의 생김새가 한국인의 표준적인 얼굴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열심히 서구적 이상형을 좇다가 한국인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아니 한국적인 특징을 잃어버린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모습에는 거의 규격화된 로봇과 같은 표준이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서구화에 정체성 잃어버려
아름다움이란 물론 보는 이의 주관에 달린 것이지만, 한국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나 탤런트들처럼 지극히 서구화된 외모를 추종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더구나 한류가 국경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 탤런트들의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내가 한국에서 감명받은 것 중의 하나는 많은 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자신들의 자주성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땅의 젊은이들 역시 한국적인 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이 자신들의 사명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한국인의 얼굴은 고유한 한국만의 아름다움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마가렛 키ㆍ다국적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