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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표류를 보는 착잡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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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표류를 보는 착잡한 시선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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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제 기소됨에 따라 현대차 사건은 검찰 손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갔다. 기소 사유는 비자금 1,034여억원을 횡령하고 현대차 및 계열사에 4,0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다. 진실여부를 놓고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겠지만, 기소 혐의 자체는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중죄다.

정 회장 구속 이후 현대자동차에서는 경영 공백에 따른 여러 후유증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말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이 무기 연기된 데 이어 17일로 예정됐던 체코 노소비체 공장 기공식 역시 연기됐다. 검찰 수사와 환율 상승의 여파로 수출이 주춤거리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현대차의 상승세가 멈춘 대신 도요타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는 이 달초로 예정했던 아반떼의 신형 모델인 HD 생산이 인력배치를 둘러싼 노조와의 마찰로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위기상황에 노사대립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는 모습은 보기에도 낯 뜨겁다. 외부에만 위기라고 떠들 뿐 내부에서는 아무런 위기감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세계 5대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정 회장의 구속으로 제동이 걸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현대차가 중심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어서도 곤란하다. 정 회장 자신이 옥중서신에서 “지금 처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취할 근본”이라고 간곡히 당부한 바 있다.

우리는 정 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사법 정의를 세우겠다는 검찰과 법원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인신을 구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갖는다. 검찰 수사가 3주가 넘은 만큼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도 이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에 주는 경영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법의 심판은 심판대로 엄중하게 진행하는 묘책은 없는지 법원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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