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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카오 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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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카오 칼展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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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예술박물관에서 희귀한 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의 칼 288점이 출품된 '동아시아 고대 병기대전’이다. 우리 칼은 청동기시대의 비파형 동검부터 조선시대 사인검 등 전통 도검 32점이 선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칼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다. 백화점 같은 데서의 주방용 수입 식칼 전시회라면 모를까. 일본에서는 ‘명도전(名刀展)’이 자주 열린다. ‘명장’들이 칼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칼 값도 엄청나게 비싸다.

▦ ‘국화와 칼’의 국민답게 일본인은 칼과 밀접하다.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부여하는 호전성을 숨기지 않는다.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에 관한 영화는 대여섯 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NHK TV에서 영화 별로 그와 라이벌 간의 마지막 결투장면만을 모아 보여준 적도 있다. 하여 일본인의 평소 상냥함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일본인과 칼은 일찍부터 주변국에 악명을 떨쳤다. 해안을 노략질하는 왜구의 칼이 워낙 날카로웠다. 1장(丈) 밖에서 펄쩍 뛰면 허리가 동강나 버려, 명나라 군인은 왜구를 보기만 해도 주저앉았다고 한다.

▦ 중국의 쿵후나 검법은 현란하다. 실제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기교적이다. 검의 길이가 짧아서 일본 검도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지만 휘황찬란한 기교로 인해, 영화에서는 보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들의 검법은 영화산업을 키워주는 주요 소재가 돼왔다. 초기의 비교적 단순한 검객 영화는 촬영기술을 따라 ‘와호장룡’처럼 계속 진화해 왔다.

▦ 우리 무예는 공격성보다 방어 보호가 기본정신이다. 몸이 중심이고 칼은 수단이어서, 평화스러운 민족 특성이 잘 깃들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력에서는 일본 검도를 능가할 수 있고, 종횡무진인 점에서는 중국 무예에 지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무예는 심신을 연마하는 수단이자 스포츠이며, 혹은 연예산업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무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영화산업에서의 활약이 크지 않다. 이번 마카오의 칼 전시회는 지금 국제적 한류(韓流)열풍과 관련해서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 식의 무예가 좀더 아름다운 형식적 완벽성을 갖춘 스포츠로 발전하고, 그것이 또한 다양한 무술액션 영화로 녹아 들었으면 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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