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에 2억건 이상의 통화기록을 넘겨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 거대 통신회사들이 2,000억달러 송사에 휘말리게 됐다.
럿거스대 교수이기도 한 브루스 아프란 등 뉴저지주의 변호사 2명은 12일 버라이즌을 제소한데 이어 16일 AT&T, 벨사우스에 대해서도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3개 통신회사의 전화가입자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은 위반 건수당 1,000달러씩의 벌금을 적용, 전체 소송액수를 2,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들은 “통신회사가 영장없이 통화기록을 넘겨준 것은 사생활 보호를 규정한 헌법과 통신법 위반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송 제기에 긴장한 통신회사들은 15일, 16일 이틀에 걸쳐 통화기록 제공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500억달러 소송에 맞서야 할 위험에 처한 버라이즌은 반응을 자제하다 16일 성명을 내고 “우리가 정부와 통화기록 제공과 관련된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통화기록을 건네주지 않았고 정부도 그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벨사우스측은 15일 “NSA에 통화기록을 방대한 규모로 넘겨주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NSA와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우리에게 제기된 소송도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AT&T도 15일 소송 제기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이메일 성명을 통해 “법적 근거 없이 정부 기관에 소비자들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일 “정부는 법원의 명령없이 미국민들의 일상적 통화를 엿듣지 않는다”며 관련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통신회사들의 잇따른 부인은 NSA 국장시절 ‘영장 없는 비밀도청’프로그램을 지휘한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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