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각종 신상내역을 살펴보면 유권자로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너무 많다. 등록 후보 중 세금을 체납하거나 5년간 소득세 등 세금을 한푼도 내지않은 후보들이 상당수다.
파렴치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에, 불명확한 사유로 군대를 가지 않은 미필자도 수두룩했다. 재산이 한푼도 없다거나 ‘마이너스’라고 신고한 후보들이 기탁금 200만~5,000만원을 내고 출마한 경우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삼성금융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의 가구 당 평균 재산은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해 2억7,912만원이었다. 1가구당 연간 평균 세부담은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 124만8,000원이었다. 5년간으로 환산하면 624만원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군대에 갔다 왔고, 전과는 없으며, 세금 체납액도 없는 것이 평균 한국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17일 오후 1시까지 선관위에 등록한 9,614명 후보의 신상 내역을 평균 한국인의 잣대 5가지로 분석한 결과 79%가 이 같은 기준에 미달했다.
한국인 평균에도 미달하는 사람들이 대거 지방선거 후보자로 나선 격이다.
평균 한국인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후보들은 2,026명(21%)에 불과했다. 시도지사 후보의 경우 28명(46%), 기초단체장 후보는 300명(42.7%), 광역의원 426명(24.3%), 기초의원은 1,272명(17.9%)만이 평균 한국인의 조건을 넘어섰다. 지방의원 후보들 대다수가 평균에 미달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에 미달하는 후보들이 대거 뛰어든다는 것은 곧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수준 미달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도 된다.
이런 현상은 우선 일정한 직업이 없고, 재산도 없이 정치판을 떠도는 이른바 정치낭인들이 지방선거 때만 되면 대거 출마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록 후보 가운데 2,986명(31%)이 직업을 ‘정당ㆍ정치인’으로 신고한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2,667명ㆍ24.4%)보다 증가한 것이다.
특히 기초 의원의 경우 ‘정당 정치인’의 비율이 28.6%로 2002년(19..6%)보다 대폭 늘어났다. 이번 선거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각 당이 개혁공천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취약지역의 경우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마구잡이 공천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당 관계자는 “출마 희망자가 없는 취약지역의 경우 이것 저것 가려 가며 공천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재산ㆍ납세액이 떨어지는 시민단체와 노동계 출신들이 적극 지방선거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노당 출신 후보들의 경우 재산 신고액 평균과 납세실적은 다른 정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노당 후보 601명 가운데 581(96.7%)명이 평균 한국인 조건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광역ㆍ기초 의원이 유급제로 바뀌면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드는 후보들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생계 차원에서 뛰어든 후보들의 경우 재산과 납세액 등에서 평균치를 까먹게 된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들이 재산액을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줄여 후보자들의 재산액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관위에 재산을 줄여 신고하더라도 이후 마땅한 검증장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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