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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의 액션영웅 커트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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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의 액션영웅 커트 러셀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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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산화(散花)한다. 동생을 위해 화염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분노의 역류’에 이어 이번엔 딸과 연인을 위해 말 한 마디 없이 물 속으로 잠수한다. 그리곤 더 이상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지 않지만, 관객에겐 그 때문에 강한 잔상이 남는다.

새 영화 ‘포세이돈’의 아시아 지역 홍보를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커트 러셀(54)은 어느덧 은발의 초로신사가 돼있었다. 45년 연기 인생의 대부분을 액션 영웅을 연기하며 보내다 ‘드리머’ 이후 잇따라 진한 부성애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연기철학이 아니라 내 나이가 변해 그렇다”며 담담하게 관록의 여유를 과시했다.

“‘포세이돈’처럼 많은 물을 쓰는 영화는 세트만 봐도 압박감을 느낍니다.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누군가 산소를 공급해줘야 하는데 혹시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두렵기도 했죠. 늘 수중촬영을 하다보니 감전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포세이돈’은 침몰하는 유람선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2개의 연회장에 34만ℓ의 물을 쏟아부었다. 러닝타임의 90% 이상이 물 속에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전 장면을 스턴트 없이 실연했고, 덕분에 감기에 폐렴, 인플루엔자 등 각종 유행병에 시달렸다.

“이 영화는 영웅주의가 아니라 재난에 처한 인간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극사실주의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죠. 페터슨 감독은 관객들이 의자에 파묻혀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기보다는 재난에 대한 내면적 체험을 하길 원했고, 배우들에게도 연기 지시 대신 세트와 영화적 설정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느끼라고 주문했어요. 난 그런 접근법이 정말 좋았어요.”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자신이 몸을 푸들푸들 떨며 익사하는 장면을 꼽았다. “관객에겐 심리적 중압감을 주지만 사실 저는 그 장면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죠. 우리 모두 익사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이 있어서, 아무리 스크린이라도 사람이 익사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는 건 힘이 듭니다. 저도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그 장면이 가장 힘들었구요.”

시종 과묵하던 커트 러셀은 캐스팅 과정에서 수영 실력 테스트가 있었는지 묻자 그제서야 폭소를 터뜨렸다. 그를 대신한 조시 루카스의 한 마디. “우리 모두 수영을 못했으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포세이돈'은 어떤 영화

난파된 유람선… 생명부지 8명의 사투

'트로이' '퍼펙트 스톰' 등을 만든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신작 '포세이돈'은 정직한 영화다. 재난 영화의 고전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에는 '타이타닉'과 같은 러브스토리도, '분노의 역류' 같은 형제애로 없다. 이야기 얼개와 설정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는 듯 오로지 뒤집고, 부수고, 몰아치며 재난 상황에만 집중한다. 영화 시작 10여분 만에 초호화 유람선을 완전히 때려부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감독의 배포와 우직함이 놀라울 정도다.

북대서양을 항해중인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에 46m 높이의 쓰나미 파도가 몰아치면서 배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에 휩싸인다. 수백 명의 생존자들은 물이 들어오지 않게 설계된 중앙 홀에서 구조를 기다리지만, 도박사 존 딜런(조시 루카스)은 탈출구를 찾아 나선다. 여기에 딸 제니퍼(에미 로섬)를 찾으려는 아버지 로버트(커트 러셀), 한 소년과 엄마, 밀항자 등 생면부지의 8명이 함께 길을 나서면서 힘겨운 사투가 벌어진다.

1억5,000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소략한 이야기가 원작이나 '타이타닉'에 비해 밀리지만, 관객의 심장을 쥐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솜씨로 이를 벌충한다. 컴퓨터그래픽이 구현한 대형 쓰나미와 유람선 난파 장면, 수많은 수중촬영 장면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잔뜩 물을 먹은 것처럼 숨이 가쁘고 기관지가 쓰릴 지경이다. 영화의 중요한 교훈, '반드시 수영을 배워라!'

도쿄=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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