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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문제는 크기일까

입력
2006.05.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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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크기다.’ 1998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고질라’의 광고 문구다. 영화 속에 나오는 거대한 돌연변이 파충류의 크기를 강조하는 말이다. 동시에 1억3,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의 덩치를 은근히 자랑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돈을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인 만큼 관객들이 최소한 본전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임을 은근히 내세운 광고 전략이다.

블록버스터의 원조로 꼽히는 ‘조스’(1975)의 제작비는 ‘불과’ 700만 달러. 그러나 ‘조스’는 미국에서만 2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후 메이저 영화사들은 앞 다퉈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에 열중하더니 결국 90년 ‘터미네이터2’로 제작비 1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97년 할리우드는 ‘타이타닉’으로 2억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뒤로 2억 달러짜리 영화는 ‘터미네이터3’ 등 3편이 더 나왔지만 할리우드는 도를 넘은 물량 공세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주춤했던 할리우드의 ‘크기’ 경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7월14일 개봉하는 ‘수퍼맨 리턴즈’의 제작비는 2억5,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인 ‘킹콩’의 2억700만 달러를 불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올 여름 선보일 ‘엑스맨3: 최후의 전쟁’은 2억1,000만 달러, ‘캐리비언의 해적2: 망자의 함’은 2억2,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비용 급증이 이유라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편당 제작비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제작비다.

할리우드 초대작에 맞설 ‘한반도’와 ‘괴물’의 제작비는 각각 97억원과 105억원이다. 아무리 한국형 블록버스터라지만 자신보다 20배 넘는 거구들과 맞대결을 펼치기에는 왜소해 보이기만 하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크기’가 아닌 듯 하다. 덩치를 유난히 강조했던 ‘고질라’의 미국내 수입은 본전 수준에 그쳤다. 빈약한 이야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영 화가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한국적 소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의 힘 덕분이다. 어느 해 보다 대작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올 여름, 승자는 크기일까 이야기일까.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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