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양대 조직인 민단과 조총련 최고 지도자가 역사적 만남을 갖고 화해와 협력을 다짐했다. 도쿄 조총련 본부에서 이뤄진 민단 하병옥 단장과 조총련 서만술 의장의 악수와 포옹은 6년 전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의 축소판으로, 재일동포 사회의 본격적 분단 해소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각각 남북한을 지지하는 두 단체가 50여 년 동안 반목과 대립을 거듭한 결과 재일동포 사회가 떠안아야 했던 분단의 고통은 남북한의 그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았다. 똑같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일본 사회에서 비슷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현실에 없는 가상의 장벽을 억지로 만들어 세웠어야 했으니, 오히려 마음 고생은 더 심했다.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재일동포 사회의 이런 심리적 부담은 크게 덜어진 셈이다. 더욱이 두 사람이 공동성명을 통해 밝힌 화해ㆍ협력 다짐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에 앞선 재일동포 사회의 ‘통일’과 그것이 남북통일에 미칠 좋은 영향도 기대할 만하다.
우리는 민단과 조총련의 화해 선언이 갖는 이런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은 평가하지만, 구체적 협력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섣부른 기대는 유보한다. 이번 만남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배경인 재일동포 사회의 환경 변화, 공동성명의 문면 때문이다.
우선 1990년대 이래 활발한 재일동포의 풀뿌리 화해ㆍ협력에서 민단과 조총련은 촉진 창구라기보다는 차단장치로서 작용해 왔다. 민단이 친목단체나 이익단체의 성격을 띠게 된 반면 조총련의 정치조직적 성격은 짙어져 왔다. 또 이른바 ‘납치 문제’로 일본 여론이 악화해 금융과 무역 등 다방면의 압박에 시달리는 조총련이 민단과의 교류를 탈출구로 삼았을 가능성도 찜찜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공동성명을 관통하는 ‘우리 민족끼리’ ‘민족성’ 인식이다. 재일동포 사회에 뚜렷한 탈 정치화 흐름이나 일본사회와 융합하는 ‘생활인’ 중심 사고와 크게 동떨어진다. 양측이 하루 빨리 이런 옥의 티를 제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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