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소액으로 펀드를 구입하는 적립식 투자가 활성화한 것은 불과 2년 전부터다. 이 사이에 적립식 펀드투자는 엄청나게 확산돼, 무려 700만개의 계좌에서 매월 1조원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투자자금의 76%가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국내 증시의 체질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증시가 침체하자 적립식 펀드투자자들도 일부 환매에 나서고 있다.
원래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주가가 하락해서 주식펀드의 가격이 쌀 때 많이 매수하였다가 먼 미래에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을 보는 장기적인 투자방법이다. 이때 장기란 최소한 5년 이상을 말한다. 그런데 적립식 펀드투자가 시작된 지 2년 밖에 안됐는데 벌써 환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투자자금이 얼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환매하면 수익률은 높을지 모르지만, 투자금액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 적립식 투자는 자녀교육자금, 노후자금, 주택마련자금 등을 준비하기 위해 이루어지는데, 이때 투자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수익률로 환매 시기를 정한다면 목표로 하는 금액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적립식 펀드투자자들이 매월 30만원을 지난 2년간 꾸준하게 투자했다면 약 360만원의 원금이 쌓였을 것이다. 여기에 약 30~50%의 수익금이 붙었다면 현재 평가액은 약 500만원 전후가 된다. 그러나 현재 증시가 고점이라는 판단으로 이 금액을 환매하고 나면 다음 투자는 또다시 세금 공제 후 4%에도 못 미치는 예금이나 적금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잦은 환매는 좋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펀드에 투자하고 주가가 내리면 주식펀드를 환매하는 식으로 투자하게 되면 투자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수익률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투자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성공하며, 적립식으로 투자할 때 주식펀드를 싸게 사기 위해서는 주가 하락기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적립식 투자는 주가하락을 반기면서 장기간 투자해서 투자말기에 승부를 보는 방법이다. 따라서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노후자금을 적립식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 환매할 것이 아니라, 느긋한 마음으로 은퇴 직전까지 투자를 계속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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