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은, 구리,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급등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상품에 투자한 실물펀드들이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자재 가격 버블 붕괴로 실물펀드의 대량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세계증시와 함께 고공행진을 벌여온 원자재 가격은 지난 11일부터 급락세로 전환됐다. 실제로 그 동안 귀금속 가격의 강세를 이끌었던 금값은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9%의 급락, 온스당 680.50달러에 거래됐고 전기동과 아연도 각각 17%, 12%씩 대폭 떨어지며 ‘원자재 쇼크’를 일으켰다.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원자재 가격은 수요 증대 전망이 나오면서 16일 소폭 반등했다. 6월물 금가격은 온스당 7.90달러 오른 692.90달러를 기록했고, 구리도 파운드당 3.8420달러로 전날보다 9.55센트 상승했다. 백금은 18.10달러 오른 온스당 1,302.90달러로 거래됐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날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최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며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유럽의 잇단 금리인상이 원자재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부각되고 있다”며 “최근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원자재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펀드 손실 비상은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증폭됐다. 일일 변동폭이 많게는 10% 이상을 보이는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상상외로 크기 때문에 투자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 해외 운용사들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요 원자자 펀드(역외펀드)들은 최근 까지 고수익을 자랑하며 승승 장구했지만, 원자재 가격 급락이 펀드 자산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익률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역외펀드 수익률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달러화 기준보다 약 10% 포인트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2중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이동수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원자재 펀드의 경우 일반 주식형 펀드 보다 투자구조가 복잡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초 자산이 되는 실물 상품이 무엇이고 자산 중 원자재에 투자하는 비중은 얼마인지 등 펀드 가입 전에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펀드 전문가들은 환율 부담 등을 고려할 경우 직접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 보다 국내 운용사들이 설정한 원자재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들 상품들은 펀드 내에 환헤지를 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자산의 대부분을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일부만 원자재 관련 인덱스 등에 넣고 있어 위기가 닥칠 경우에도 수익률 하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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