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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밀화만 10여년 송훈씨 '들꽃 도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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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밀화만 10여년 송훈씨 '들꽃 도감' 출간

입력
2006.05.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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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꽃들은 너무 매혹적입니다. 이 ‘엘레지’ 좀 보세요. 굉장히 화사하죠? 흐드러지게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 여인 같아요.”

1995년부터 식물 세밀화 작업만 해온 송훈(66)씨가 들꽃 그림 231점을 모아 ‘우리식물 세밀화 대도감’(현암사)을 펴냈다.

한가지 주제로 10년 넘게 작업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게다가 세밀화다. 하루에 8시간씩 돋보기를 쓴 채 눈을 바짝 들이대고 카메라도 놓친 솜털이나 잎맥 한 선 한 선을 그리자면 어깻죽지가 뻐근해온다. 가는 선을 그릴 때는 호흡까지 멈춰야 한다.

“나이가 드니 점점 힘들어져요. 그래도 아직 시력은 양쪽 모두 1.2 예요. 세밀화만 그리라는 팔자인 모양입니다.” 송씨는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3년 전 담배를 끊었고, 좋아하던 낚시마저 포기했다.

그저 10년째 꽃에 미쳐 살뿐이라고 했다.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을 지닌 강아지풀을 찾으려고 전국의 후미진 산골을 5년간이나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송씨는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식물을 뿌리까지 고스란히 그려낸다. 얽히고 설킨 뿌리는 줄기나 잎새보다 그리기 어렵다.

“그냥 나 좋자고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우리의 자연을 기록하는 일이잖아요. 우리 꽃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었어요. 제 스스로 ‘위대한 유산을 남기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열심히 공부하면서 그리고 있습니다.” 식물학자와 생태사진가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10년 넘게 그린 그림은 400여 점에 이른다.

크고 화려한 서양 꽃은 금새 질리는 반면 앙증맞고 소박한 우리 꽃은 볼수록 담백한 멋을 지니고 있어 자꾸 빠져든다고 한다. 아름다운 한국 꽃 200~300점을 더 그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자그마한 꽃을 발견해 얼굴을 땅 가까이에 가져갔을 때 구수한 흙 내음과 함께 퍼져 나오는 그윽한 향기, 이 그림에서도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씨는 인물화를 주로 그리다 1970년대부터 문교부 한국동식물 도감, 국어대백과사전, 세계대백화사전 등에 동식물 세밀화를 그렸다. 80년대에는 운정 김흥종 선생으로부터 전통 한국화 기법의 ‘미인도’를 배워 10년간 그 작업에 몰두하다 90년 중반부터 다시 식물 세밀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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