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빨리 망하려면 도박을 하고, 서서히 망하려면 자식에게 음악을 시켜라.”
음악교육에 드는 높은 비용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고, 악기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게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유학비용이나 비싼 악기값 이전에 레슨비부터 생각해보자. 높은 레슨비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주자가 살아가는 수입원의 상당 부분이 레슨이기 때문이다.
연주회로 안정된 수입을 올리는 연주자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교육을 겸하고 있지 않은 연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고스타 몇 명의 공연만 유료티켓이 매진되고 그 외에는 아직도 초대권 잔치다. 지인과 제자 관객들을 통해 수익을 올려도 1년에 몇 차례 이상은 힘들다. 지금 그들의 레슨비를 내리거나 동결시킨다면 다른 수입원이 부족한 상태에선 생계가 막막해질 것이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간다면, 그들도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레슨비는 물가와 함께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에는 공연시장의 침체에도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연주자들의 잘못도 있다. 공연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혹시 원래 집안이 부유해서 문제가 되지 않거나, 대학에서 교수 혹은 강사로 있으면서 안정된 수입을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레슨비는 더 높다. 그러니, 유학까지 다녀와대학에서 자리를 얻으려고 무료초대권을 뿌리며 귀국 독주회를 갖는 것에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이 없다. 연주자들이여, 제발 어린시절의 꿈을 기억하자. 당신들의 꿈이 모두가 교육자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제자를 키우는 일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애쓰고 키운 제자를 다시 연주 수익이 아닌 레슨비 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내보내지는 말자. 연주자가 연주자답게 살아가는 길을 연주자 스스로 모험하며 만들어내야 한다. 돈 주고 오고 싶은 공연을 만드는 것은 당신들의 의무다. 연주자만이 할 수 있는 클래식 강좌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매스컴 진출, 음반제작과 같은, 여러 분야의 수익모델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그러나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도전하겠는가!
진정한 연주자의 생활로 수익을 창출할 때 레슨비는 조금이라도 낮아질 수 있다. 예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지, 특정 부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우리 주위의 영아원의 아이들도 음악을 배우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정부 지원이나 기대하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을 위해 마음 놓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멋진 연주자로 살아가자. 연주자들이여, 당신은 이 시대의 예술가임을 기억하라.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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