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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엄정화 '언제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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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엄정화 '언제나 전성기'

입력
2006.05.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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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엄정화에게 군인은 듬직한, 인기의 받침돌이었다. 그가 ‘우정의 무대’ 등에서 도발적인 몸놀림으로 사랑을 노래할 때마다 열기에 취한 군인들은 무대에 올라 함께 춤추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가수로서 가장 빛을 발한 때였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군인이 좋아하는 연예인 1위의 자리를 후배 가수 채연과 여성 그룹 ‘쥬얼리’의 서인영에게 물려줬지만 그는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1992년 ‘결혼이야기’에서 야시시한 DJ로 잠깐 얼굴을 비친 후 25일 개봉하는 ‘호로비츠를 위하여’까지 엄정화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9편이다. 그 중 6편이 200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서른을 넘어선 나이에 더욱 도드라진 활동을 펼치는 그의 행보는 섹시 어필 이미지를 불태우고 순식간에 명멸한 다른 스타들과 비교된다.

물론 그에게도 ‘섹시’는 스타로 뛰어오를 수 있었던 도약대였고, 동시에 벗어나기 힘든 굴레였다. “가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모두 섹시함에 의존한 것들이었어요. 지금에 비하면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죠. 그래서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엄정화는 ‘섹시’를 넘어서 자신이 배우로서 거듭날 수 있었던 작품으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를 꼽는다. 그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욕망을 따로 발산하는 연희를 통해 결혼 풍속의 이지러진 단면을 정확히 담아내 “엄정화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엄정화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어린 시절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같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변두리 음악학원장 지수를 연기했다. 부모를 사고로 잃고 자폐증 증세를 보이는 음악 천재 소년 경민(신의제)에게서 자신의 못다한 꿈을 이루려 하는 역할이다. “음악 영화라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어렸을 적 처음 본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는데 너무 멋졌거든요.” 휴먼 드라마라는 점도 마음이 끌렸지만 피아노 연주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다고 한다. “코드 짚으며 발성 연습하는 정도의 실력이었거든요. 두 달 동안 거의 피아노에 매달렸죠. 피아노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해 주실지 궁금해요.”

자신보다 못하다 생각했던 친구가 유명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것에 자괴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지수의 모습은 엄정화의 무명 시절과 많이 겹쳐보인다. “젊었을 때는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사람의 우상으로 떠오른 톱 스타들을 보면서 열등의식도 많이 느꼈어요. 재능도 없는데 괜히 매달리나 하는 생각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는 “(스타의) 꿈을 이룬 지금은 너무 좋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단숨에 도달한 꿈이 아니기에 그 열매는 더 많고 더 달기만 하다.

“예전에 그토록 하고 싶었던 ‘상큼 발랄한’ 역할이 많이 주어지는 것도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트렌드 드라마 출연 제의도 안 들어왔는데, 요즘 들어서 오히려 ‘싱글즈’(2003)와 ‘홍반장’(2004) 등 가볍고 밝은 영화를 하게 되었어요.”

엄정화의 차기작은 ‘키아누 리브스 꼬시기’(가제). 로맨틱 코미디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두 남녀의 달콤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상대 배우는 다니엘 헤니. 20대 여배우들이 부러워할만한 배역을 따냈는데도 엄정화의 욕심은 끝이 없다. “9월에는 9집 음반을 내놓을 겁니다. 하우스도 있고, 일렉트릭 느낌도 나고, 클럽에서 즐길 수 있는 댄스 음악이 될 거예요.” 해가 갈수록 되려 나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그, 여전히 밝고 활기차기만 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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