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 리비아를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고 25년만에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한 데에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들어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와의 외교관계 복원을 발표하면서 “2003년이 리비아 국민들에게 전환점이 됐던 것처럼 2006년은 북한과 이란 국민들에게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이 북한과 이란의 행동변화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비아는 중요한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에 대해 리비아가 2003년 12월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포기를 천명하고 국제적 조사에 응함으로써 시작된 ‘리비아 모델’을 따를 것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리비아의 석유자원 때문에 외교관계 정상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분석도 있으나 어쨌든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실천에 옮겼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핵무기 포기 대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을 완화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북미 수교로까지 이어지는 구체적 로드맵이 가시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리비아 모델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유인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리비아는 스스로 전략적 결단을 내린 뒤 미국이 미처 포착하지 못하고 있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까지도 모두 미국에 ‘보고’할 정도로 전폭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리비아의 WMD 포기선언 이후 외교관계 복원까지 2년 반이 걸렸다. 북한이 과연 이런 과정을 따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또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이 포함된 지난해 9월의 베이징 공동성명에도 불구, 북한이 실제로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달러 위폐 제작에 따른 금융제재, 인권문제 압박 등 미국의 태도로 볼 때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리비아 모델의 재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전략적 결단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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