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달러=8위안' 붕괴
중국 위안화의 절상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한국 원화나 일본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하면 여전히 느림보 걸음이지만,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던 ‘1달러=8위안’의 붕괴함에 따라 위안화의 추가절상, 나아가 변동폭 확대까지 단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왜 깨졌나
15일 달러당 8위안의 무너진 것은 위안화의 강세라기 보다는 달러화 약세의 결과다. 더 정확하게는 미국의 절상압력을 중국이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시장관계자는 “중국 외환당국이 7위안대 진입을 용인한 것은 미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일종의 ‘감사의 선물’이란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전 세계에 무차별 ‘약(弱)달러’의 수용을 요구해온 미국이지만, 핵심타깃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환율공세에도 불구, 1분기 미국의 대중무역적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확대(420억→473억달러)됐을 만큼 무역역조는 티끌만큼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 결국은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무역보복을 포함한 파상적 절상압력을 넣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미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중국은 이번 주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7위안대를 용인했다. 미중간 모종의 타협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더 떨어질까
7위안대 진입에도 불구, 중국의 절상폭은 여전히 미미하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한 작년 7월 이후 원화는 9%나 절상됐지만, 위안화 가치는 1%내외 상승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절상압력 역시 이 정도에서 끝날 리 없다.
사실 위안화는 대내적으로 절상요구가 있다. 최근 들어 물가는 더 상승(3월 0.8%→4월 1.2%)했고, 무역흑자는 더 확대(작년 1~4월 200억달러→금년 1~4월 337억달러)됐다. 통화팽창과 경기과열 문제를 풀려면 금리인상만으론 역부족이며, 결국 환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안에서도 끊이질 않고 있다.
환율변동폭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다이와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 0.3%인 위안화의 하루 환율변동폭이 금명간 1.5%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 있다”며 “이 경우 위안화 절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절상은 대세라 해도, 속도는 완만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인구 중국팀장은 “변동폭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과도한 절상은 중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도 미국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에 영향은
위안화의 절상은 그 자체가 원화에도 절상압력으로 작용한다. 한 시장관계자는 “위안화가 본격 절상되면 주변국 환율도 동반절상될 것이고 결국 원화환율은 900원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위안화의 절상은 중국기업과 경쟁하는 국내수출기업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원화가 동반절상된다면 그 효과는 상쇄된다. 더구나 중국으로 수출하거나, 중국내 현지공장을 통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기업은 위안화 절상 자체가 부담이다. 다만 절상속도가 완만하다면,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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