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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랄 왕세제, 개혁 외치는 사우디 왕가 이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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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랄 왕세제, 개혁 외치는 사우디 왕가 이단아

입력
2006.05.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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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 조용한 개혁바람이 일고 있다. 바람의 중심은 한때 ‘붉은 왕세제’로 불리며 50여년간 개혁을 주장해온 탈랄 빈 압둘 아지즈(75). 워싱턴 포스트는 14일 그가 사우디 왕가에서 영향력을 넓히면서 개혁세력의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탈랄은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의 아들 36명 중 한명으로, 어머니는 미국 또는 코카서스 출신의 하녀로 알려져 있다. 레바논에서 자라며 서구 물결을 접한 그는 자신을 총애하던 부친이 1953년 사망하면서 사우디에 파문을 던진다. 그는 맏형이자 전 국왕이었던 파드(지난해 사망)가 이끄는 알 수다이리 부인 자손들의 핵심 파벌에 대항해 헌법 제정과 의회도입 등을 주장했다. 압둘라 현 국왕도 그와 공동보조를 취했다. 그의 좌파적 색채는 국왕을 추방하고 혁명을 이끈 가말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나세르의 ‘청년 장교단’을 본딴 그의 ‘자유 왕자단’(Free Princes)은 왕족이 3만명이나 되는 왕가에서 제5파벌에 불과했다. 파드 전 국왕은 개혁요구를 묵살하고 61년 그를 추방했다. 수년 뒤 ‘침묵 약속’을 하고 돌아온 그는 겉으론 재산을 모으고 인도주의 활동에 주력했다. 그의 아들 알 왈리드는 재산 200억 달러가 넘는 중동 최대의 부호로 성장했다.

그런 탈랄이 최근 다시 민주화, 개혁을 거론하고 나섰다. 영향력이 큰 왕가 18인 위원회 멤버인데다 압둘라 국왕과도 친하다는 점 때문에 그의 행보에 전과 달리 무게가 실리고 있다. 탈랄은 매주 국왕을 만나 그의 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50년 전 왕가에 대해 쏟아내던 비판론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는 “가족이 군주이자 통치자인데, 이런 방식은 계속될 수 없다”면서 “왕위계승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권력투쟁으로 왕국이 파멸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임명직으로 구성된 의회에 선출직이 진출해 정부예산을 감시하고 정부와 각료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탈랄은 개혁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왕가의 지원자인 극단주의 종교인들을 지목하기도 했다.

반대파는 평가절하하지만 이런 개혁의 목소리는 뒷걸음질하는 사우디 현실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 81년 2만1,000달러였던 사우디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년 뒤 6,800달러로 추락하고 실업률은 30%로 올라갔다. 여성은 불과 5%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탈랄이 침묵 약속을 어기고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바로 사우디 왕가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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