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모델인 한국의 젊은이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의 젊은이에게 던진 메시지다. 방한 중인 그는 15일 서울대에서 ‘한국과 유엔 간의 협력’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 젊은이의 역할론’에 무게를 뒀다.
그는 “민주화와 경제 개발에 성공한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훌륭한 발전모델”이라며 “앞으로 유엔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강당을 메운 600여명의 학생에게 “유엔은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이 세계시민 의식을 갖고 많은 일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난 총장의 이 같은 역할론에 고무된 학생들의 질문도 뜨거웠다. 한 학생이 “가장 힘든 도전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아난 총장은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2003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사무소의 피격으로 평소 아끼던 직원 23명을 잃은 기억이 무척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아직도 이라크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정세에 맞게 구성됐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을 꼽았다. 그는 “기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아시아 2개국과 남미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유럽 1개국을 추가하거나 비상임이사국의 2년 임기를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남북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뒤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한국인의 노력을 지원하고 신뢰하며 6자 회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관련해서 그는 “유엔 사무총장은 한 나라의 총장이 아니라 유엔의 수장인 만큼 누가 되도 해당 국가에 특별한 이점은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고국인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가나 출신 유학생이 질문을 하자 그는 반가움을 표하며 가나어로 답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
아난 총장은 미국 매컬레스터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세계보건기구 재정담당관, 유엔 난민구제위원회 고등판무관등을 거친 뒤 1996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했으며 200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정부 초청으로 14일 방한한 그는 노무현 대통령 예방 등 공식일정을 수행한 뒤 16일 출국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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