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슈바스만-바흐만 혜성 우주쇼 '종영 임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슈바스만-바흐만 혜성 우주쇼 '종영 임박'

입력
2006.05.16 00:01
0 0

“저는 멋진 꼬리를 5년마다 한번씩 태양을 방문합니다. 태양계 바깥쪽의 춥고 어두운 곳에서부터 뜨거운 태양 가까이까지 긴 타원을 그리며 여행해요. 원에 가깝게 태양을 도는 다른 행성들이 저와 부딪힐까봐 불청객 보듯 한다구요? 하지만 저 역시 태양 주위를 도는 같은 처지라구요. 그리고 목성처럼 덩치 큰 행성은 오히려 제가 더 무서워요.”

12~15일 지구 근처를 지나쳐간 슈바스만-바흐만 혜성은 좀 색다른 이유로 관심을 끌고있다. 여느 혜성처럼 수년~100여년마다 지구를 찾아 멋진 꼬리를 과시하는 대신 여러 개로 쪼개진 파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5년 3개로 쪼개져 73P-A, B, C라고 이름붙은 슈바스만-바흐만 혜성의 파편은 올들어 73P-N까지 늘었다. 파편이 다시 몇 개로 쪼개지면서 슈바스만-바흐만 혜성 조각은 60개가 넘는 것으로 허블망원경이 관측했다. 혜성이 일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혜성이 이렇게 쪼개지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슈바스만-바흐만 혜성은 1995년 목성 옆을 가까이 지나면서 거대한 목성의 인력에 의한 조석력 때문에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지구의 바닷물이 달과의 인력작용으로 밀물과 썰물을 나타내듯, 혜성의 몸체인 얼음덩어리가 거대한 목성의 인력에 의해 늘어나다가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쪼개졌다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천문연구그룹의 박영식 연구원은 “슈바스만-바흐만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1995년, 2001년, 2006년의 관측자료를 종합해 1995년 혜성과 목성이 얼마나 가까운 거리였고 혜성의 질량이 얼마였는지를 거꾸로 계산해 낸다면 혜성의 붕괴가 목성의 인력 때문인지를 정확하게 결론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다른 혜성과도 충돌하는 등 태양계 천체 쇼의 주인공이다.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의 조석력에 의해 쪼개져 충돌한 장면은 천문학계 최대 볼거리였다.

질량이 지구의 300배나 되다보니, 목성 옆을 지나는 천체의 궤도를 바꾸거나, 쪼개지고 부딪히도록 만드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지구로서는 공룡의 멸망을 불러일으킨 소행성, 혜성과의 충돌이 큰 위험 요인이지만 소행성, 혜성의 입장에선 목성이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이유로 혜성이 붕괴하는 일은 없을까? 얼음과 먼지로 구성된 혜성은 태양 가까이에 다가갔을 때 태양의 복사열에 의해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슈바스만-바흐만 혜성의 궤도는 다른 혜성과 비교하면 그다지 태양에 근접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능성이 낮다. 또 혜성 자체가 빨리 회전하는 경우 큰 원심력에 의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