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승의 날도 결국'노는 날'이었다. 시ㆍ도 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교의 72%가 자율휴업일로 정해 어제 수업을 하지 않았다. 스승의 날 휴업을 하는 풍토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 날은 선생님께 감사 편지 쓰기, 꽃 달아드리기, 병중이거나 퇴직하신 선생님 찾아 뵙기, 음악회나 다과회 같은 다채로운 사은 행사로 교내외에서 사제 간에 따뜻한 정이 넘치는 날이었다.
스승의 날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교사들의 촌지 수수와 직접 관련이 있다. 스승의 날을 처음 휴업일로 했던 1999년 당시 촌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했고, 그런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큰 날이라고 해서 아예 휴업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스승의 날 휴업에 찬성하는 교사들은 대부분 "오해받기 싫어서"라고 말한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에서 촌지를 주고 받는 풍토가 많이 사라졌다고 본다. 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아주 높아져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1~2위에 오르고 있다.
촌지란 당사자들의 각성과 자정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특정한 날 얼굴을 보지 않는다고 근절될 문제도 아니다. 특히 단 하루라도'오해를 받을까 봐'라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 스승의 날을 만든 취지를 살려 보람있는 날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기 의왕시 명지외고에서 어제 학생들이 교사 역을 맡는 방식의 수업을 했다든가, 서울 언남고 등 일부 학교가 예전에 하던 식으로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등의 행사를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스승의 날을 5월 15일(세종대왕 탄신)로 정한 것은 민족의 스승인 세종대왕처럼 훌륭한 스승이 많이 나와 미래의 동량들을 잘 길러 달라는 취지였다. 내년부터라도 그런 정신을 십분 살리는 스승의 날이 되도록 선생님들과 사회 각계 각층이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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