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반 주미취(花開半 酒微醉)'라는 옛 말이 있다. 꽃은 반쯤 핀 게 더 좋고 술은 덜 취했을 때가 좋다는 뜻이다. 언제 누가 한 말인지 따지기를 떠나 꽃을 보거나 술을 마시다 보면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익히 알 수 있다.
과음이 지나쳐 폭음이 되면 현대 인간관계나 사회에서는 범죄가 되기 십상이다. 지난 주말 새벽 부산 경성대학교 구내에서 만취 상태의 학생이 몰던 승용차가 행인들을 들이받고 가정 집으로 날아드는 날벼락을 안긴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학생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92%이었다고 한다.
■ 그러나 그 학생을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학교 내 도로는 법 상의 도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법 제정 시 요즘 같이 대학 내 승용차가 넘쳐 주차난을 겪을 정도가 될 것임을 예측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1970, 80년대만 해도 교내에서는 만취는 있어도 음주운전 사고는 없었다. 이제 교내 음주운전 사고는 사망도 부른다. 이번에 사고가 난 경성대에선 이 달 초에도 음주운전 피해로 사람이 죽었다. 문제는 이 대학만이 아니다.
■ 대학생의 폭음이 과도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회적 피해를 확산시키는 데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체적인 음주운전의 형사처벌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부터다. 이 기준을 넘는 경우를 형사적으로 다룬다면 그 만한 사회적 이유가 있어서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이상이 되면 무조건 운전면허 취소 대상이다.
음주운전 처벌은 아무리 가혹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만큼 음주에 대해 관대한 사회가 없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이다. 흡연이나 마약에 대한 캠페인은 있어도 음주에 대한 사회적 캠페인은 이상하리 만치 없는 것이 다른 나라와 다른 우리나라이다.
■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주 캠페인은 금연 만큼 절대적이다. 대학생들의 음주 폐해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이들의 70%는 중ㆍ고등학교 때부터 음주를 시작했다는 연구결과를 음미해야 한다. 이런 연구에 따르면 과거의 폭음습관이 미래의 폭음의도를 정당화한다. 우리나라처럼 음주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대학생들의 폭음도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과거 억압적인 사회에서야 폭음도 미덕이었다. 한 번 마셨다 하면 2박3일, 3박4일 씩 마신 날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 자식들까지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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