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포와 함정, 항공기 등의 방위산업물자 관리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전력물자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각종 무기체계를 방위산업물자로 지정하고 엄격한 요건에 한해서만 취소토록 하고 있지만 방산물자 지정 및 취소와 관련한 특혜 시비와 납품비리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방위산업육성 및 관리실태’감사에서 해군이 A조선업체로부터 군수지원함 등에 장착되는 엔진을 10여년 동안 방산물자가 아닌 일반물자로 공급받아 온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조치했다.
군수지원함은 해군의 전력장비로 핵심 부품인 엔진도 당연히 방산물자로 돼 있다. A사와 해군은 “문제가 된 엔진은 80년대부터 해군에 공급하고 있는 전투함 엔진과 동일한 부품으로 전투함 엔진을 방산물자로 지정 받았기 때문에 별도 지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A사는 지난해 말 지원함 엔진에 대해 방산물자 지정 절차를 마쳤다. 방산물자 지정을 관리하고 있는 방위사업청(과거 국방부 조달본부)은 “국내에는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일반물자로 지정했더라도 이의제기가 나올 수는 없지만 규정 적용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엔진의 수리ㆍ정비계약도 도맡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규정상 일반물자로 지정된 부품의 수리ㆍ정비까지 A사에게 넘긴 것은 엄연한 수의계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또 2004년 국방부가 대형 전투함을 호위ㆍ지원하는 프리깃함의 프로펠러(가변추진기) 정비를 대형 방산업체인 B사에 수의계약 형태로 넘긴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자를 문책했었다.
B사는 가변추진기를 외국에서 도입한 업체일 뿐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가 아닌데도 방산물자처럼 직계약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2004년 말 국방부는 부품 수리ㆍ정비를 일반경쟁에 부쳐 민간업체인 C사가 이를 수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자기 국방부가 민간업체의 정비능력이 떨어진다며 방산물자 지정을 추진하자 C사는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C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변추진기의 수리정비 능력을 갖춘 업체는 3개 이상으로 방산물자 지정 요건이 아니다”며 “B사에 수리ㆍ정비 계약을 몰아주기 위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방산물자 공급을 둘러싼 업계의 치열한 수주전과 로비가 부실관리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군 제독출신 D씨는 “방산업계가 예비역 장성을 영입해 국방부 로비에 활용한 지는 오래됐다”이라며 “방산물자 지정과 취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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