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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6>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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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광역단체장 후보 동행 취재] <6> 김문수

입력
2006.05.1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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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9시. 휴일의 따스한 봄볕 아래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 성지 마라톤코스 출발선에 섰다. 보좌진들이 애원하다시피 했다. “뛰는 척 하다 그냥 돌아오세요. 다음 일정에 지장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행사장을 찾았지만 인사만 남기고 벌써 떠난 뒤였다.

김 후보가 씩 웃으며 물었다. “다음 일정이 몇 시지?”

김 후보는 이내 1,000여명 참가자들 속으로 섞여 들었다. 그리고 기어이 5㎞ 코스를 34분에 걸쳐 뛰고야 만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거친 숨을 몰아 쉬는 그를 대신해 한 보좌진이 “뭐든 형식적으로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진지함과 고지식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는 농담을 모른다. 골수 운동권 출신, ‘저격수’ 이미지가 연상되니 “좀 부드러워지라”고 해도 그는“잘 안 된다”고 했다. 이날도 “잘 뛰시네요”란 참가자의 인사말에 농담이라고 한 게 “아이고, 다리 후들거려 죽겠어요”정도다.

이윽고 수원으로 향했다. 수원 지역 고교 동문 체육대회장 4곳을 돌았다. 명함 500장이 그 자리서 나갔다. 동행한 박종희 대변인이 “명함 돌리고 악수 빨리 하기로 하면 기네스북 감”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오후 2시 겨우 시간을 맞춰 광주 경안천 시민연대 사무실에 도착했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수자원 보호와 지역개발 논리가 늘 부딪치는 곳이다. 차 안에서 와이셔츠에 점퍼로 갈아입고는 곧장 시민단체 관계자, 주민들과 마주 앉았다.

그는 에둘러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료 드릴 테니 충분히 검토해달라”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다음에 시간 낸다는 보장 없습니다. 여기서 딱 몇 개라도 머리에 박아 주십시오”라고 했다. “여러분과 긴밀히 대화하고 도와드리겠습니다. 단 물을 맑게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입니다”라는 말도 던졌다.

그는 전업주부를 ‘노는 엄마’라고 비유하는 등 말 때문에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런 식의 직설적 말투가 한몫 했을 것이다.

남양주시 외곽 연평산업단지 후보지도 찾았다. 산업단지 유치, 아파트 건설 등으로 이해가 엇갈리는 곳이다. 김 후보를 앞에 두고 관계자들끼리 언쟁도 벌어졌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곳들을 찾아 다니는 게 좋다. 어려운 곳을 찾아 해결책을 찾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오후 5시, 이천시로 향했다. 그의 이날 현장 순례는 ‘수도권정비법’등 각종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 과시 차원이었다. 이천시의 식품제조 공장을 찾았다. 살균처리 공정을 겨우 20평 늘리는데 한강수계 인근이라는 이유로 불허됐다는 공장측 설명이 있었다. 김 후보가 한마디했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참으로 난센스다.”

예정된 일정이 오후 8시께 끝났다. 김 후보가 어디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천 도자기축제 폐막식으로 가자”며 일정을 추가했다. 수행원들 얼굴엔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이 스쳤다. 무리하다 싶은 일정이라도 “조금 늦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라고 전화까지 걸면서 해냈다. 밥 먹는 시간, 잠 자는 시간을 줄였다. 행사장에서 얻어먹고, 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한달 새 김 후보의 몸무게는 5㎏나 빠졌다.

“지지율도 많이 앞서 있는데 살살 하시죠.”기자의 농담에 김 후보는 “허허, 내가 앞선다고”라며 웃기만 했다.

밤 11시.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참모들과 머리를 맞댔다. 참모들 앞으로 “조금 앞서간다고 절대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훈계가 떨어졌다. 그가 12년째 살아온 32평짜리 부천시 소사동 한신아파트에 돌아온 것은 새벽 0시30분. 그의 수행원은 “새벽 별 보고 출ㆍ퇴근하기는 선거가 끝나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김문수의 '뻥 뚫리는 경기도' 공약은

김문수 후보의 핵심 공약은 “1시간이면 어디든 오갈 수 있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거기엔 배경이 있다.

요즘 김 후보가 타는 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50㎞. 보통 운전자가 2년 정도 운행하는 4만㎞의 거리를 김 후보의 운전기사 나명진씨는 넉 달 만에 돌파했다.

2001년부터 그는 쏘나타 승용차를 타왔지만, 차가 견디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5월부터 신형 승합차를 렌트했다. 넓디 넓은 경기도를 동서남북 누비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경기도 곳곳의 상습 정체 구간이다. 정체 탓에 김 후보는 하루 평균 4~5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 승합차는 김 후보의 침실이고 식당이고 공부방이고 탈의실이다.

14일 오후에도 광주에서 남양주로 이동하는 김 후보의 차는 곳곳에서 멈춰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휴일 가족 나들이에 나선 차량으로 꽉 들어찬 차량 행렬로 시간에 쫓긴 김 후보 일행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중요한 방문 약속을 해놓고 외통수 도로에 막혀 돌아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뻥 뚫리는 경기도, 1시간 경기도’만들기 계획이다. 이미 경기도 상습정체지점 505곳을 찾아냈고, 임기 중에 이곳을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지금도 경기도를 누비면서 자신의 공약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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