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이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건설업체마다 일감이 쏟아지면서 수주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4일 건설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고유가 지속으로 재정이 풍족해진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플랜트 공사 수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1965년 해외시장 진출 이후 올 2월 건설부문 누적 수주액은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93년 1,0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 9개월 만의 쾌거이다. 올들어서만 60억5,700만달러(11일 기준)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억8,8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125.4%나 늘어난 것이다. 해외 건설업계가 화려한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수주 지역도 중동 외에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 동유럽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대형업체는 물론 중견 건설업체들도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다.
공사 종류별 수주 양상도 과거의 단순 저가노임을 바탕으로 한 토목ㆍ건축분야에서 2000년대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 중심의 대형 공사로 고도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중단됐던 건설업체들의 해외 주택사업 진출도 최근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시공권만 따서 진행하는 단순 도급사업이 아니라 국내 자본으로 직접 해외의 땅을 사서 주택을 짓고 분양까지 하는 고수익형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유럽, 중남미 등 제3국가로의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다.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최근 각종 도시 개발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중동에 이은 ‘제2의 건설시장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수주액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1.8%였지만 올 1분기 19.1%로 높아졌다.
동남아 시장은 건설업체들의 꾸준한 ‘달러 박스’로 각광받고 있다. 동남아는 최근 몇년간 호황에 힘입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주택사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업체의 아시아지역 건설 수주 규모는 36건, 15억970만달러로, 중동(15건, 27억58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중 동남아 시장 비중은 77%(11건, 11억6,900만달러)에 달한다. 베트남은 ‘제2의 월남 특수’란 말이 나올 만큼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올 들어서만 9억49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부터는 동유럽과 중남미 등으로 진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러시아 수주액은 지난해 1분기 21만9,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에는 1억2,467만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앞으로 2~3년간 1,300억달러 가량의 공사가 중동에서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공사도 줄지어 나올 전망이다. 아프리카 역시 오일머니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산유국가를 중심으로 각종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가 급증하자 업체들은 구인난으로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당장 현장인력 500명이 필요한 상태이며, 앞으로 3년간 2,500명 정도는 ‘수혈’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신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 기간 수주지원 활동을 벌여 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 총 12억달러 규모, 7개 프로젝트에 우리 업체가 참여키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중앙아시아 등 ‘오일머니’ 특수를 누리고 있는 국가 등에 대한 우리 업체의 수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해외건설 수주 2,000억달러 달성기념 토론회’를 열고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키로 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기획관리실장은 “고유가로 공사 발주가 급증하는 중동지역 외에 동유럽과 중남미, 인도 등 제3국가들도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와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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