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박주영(21ㆍ서울)이 독일월드컵에서 화려한 비상을 노린다.
박주영은 약관의 나이에 이미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기대가 큰 탓인지 그의 득점포가 조금만 가동을 멈춰도 여론은 난리법석이다. 어린 나이에 이런 중압감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박주영은 고비마다 골을 터트리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킬러본능에 관한한 천부적이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중동 전지훈련 도중 ‘타고난 골잡이(Natural Scorer)라며 그의 재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최근 출간한 에세이에서도 ‘독일에서 재능을 보여줄 선수’로 박주영을 꼽았다.
박주영은 ‘월드컵의 해’를 기분 좋게 맞았다. 1월 그리스를 상대로 올해 대표팀의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고, 이어 핀란드전에서는 멋진 프리킥으로 선제결승골을 장식하며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병술년 첫 승을 선사했다.
그러나 홍콩 전지훈련을 기점으로 박주영의 득점포는 가동을 멈췄고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정경호(광주), 이천수(울산)와의 윙포워드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다. ‘독일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토고전의 가상 상대인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위기론’을 잠재웠다.
박주영의 장점은 타고난 골 감각 외에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 처진 스트라이커 등 공격 라인의 어떤 포지션에 세워도 제 몫을 해 낼 수 있다.
소속팀 서울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고 청소년대표팀에서는 간간히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돼 골사냥 뿐 아니라 찬스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완벽하게 해낸 바 있다.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이후에는 주로 왼쪽 윙포워드로 나서고 있다.
돌파력과 크로스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후 A 매치에서 가장 많은 골(3)을 기록하고 있는 이가 박주영이다. 왼쪽 윙포워드로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박주영은 독일에서도 다양한 옵션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왼쪽 측면 공격수 주전 자리를 놓고 설기현(울버햄턴)과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전방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특히 16강 진출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스위스는 그에게 ‘구원(舊怨)’이 있는 상대다. 박주영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청소년(20세 이하)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1-2로 패배한 바 있다.
당시 중앙 수비수로 맞대결을 펼쳤던 필립 센데로스(아스널), 최전방 스트라이커 요한 폰란텐(21ㆍ브레다) 등은 독일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영으로서는 지난해 진 빚을 갚을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