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상속 및 증여세로 1조원대의 세금을 단계적으로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재벌가의 상속, 증여세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재벌가에서 지금까지 납부한 상속세 가운데 1,000억원을 넘어선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하다. 이중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들이 2004년 1,355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족들은 당시 평가액 937억원인 대한전선 주식 1,300여만주와 부동산 등 3,400억원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2위와 3위는 교보생명과 태광산업이 차지했다. 2003년 타계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유족들은 1,338억원, 1997년 작고한 이임룡 태광산업 전 회장 유족들이 1,060억원의 상속세를 각각 납부해 대한전선의 뒤를 이었다.
중견 기업들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낸 반면 선두 그룹들은 그렇지 못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그룹 가운데는 SK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냈다. SK그룹은 1998년 최종현 전 회장이 운명했을 때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730억원의 상속세를 냈다.
2001년 별세한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의 유족들은 300억원, 87년에 운명한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의 유족들은 총 254억원의 상속세를 내는데 그쳤다. 상속이 이뤄진 시차를 감안해도 그룹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특히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에버랜드 주식 25.1%, 삼성 SDS 0.1%, 삼성전자 0.65% 등 1조원에 육박하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납부한 증여세는 16억원에 불과하다. 95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원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납부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상속, 증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상속 규모가 30억원을 넘어설 경우 50% 이상 세금을 내도록 돼 있는 과도한 현행 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재벌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변칙 상속 및 증여가 이뤄지지 않도록 조세포괄주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 "稅부담탓 기업인 번 돈 30%만 상속 가능"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기업 경영성과 상속’ 보고서에서 “현행 세법상 기업상속에 따른 세부담이 과도하며 이를 피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수익을 장기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기보다 배당 등 개인자산으로 유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30년간 기업을 소유ㆍ경영해 각각 1조원의 수익을 올린 기업가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수익을 전액 배당금으로 받아 현금으로 상속하는 경우와, 나머지 한 명은 전액 사내유보했다 일시에 주식으로 상속하는 경우를 가정해 상속세 부담액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분석을 한 결과 두 경우 모두 기업경영 성과의 30% 남짓만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조원을 배당받아 현금으로 상속할 경우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상속세 등을 합쳐 모두 69.63%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상속가능한 금액은 3,037억원(30.37%)에 불과했다.
반면 수익금의 사내유보와 주식상속을 가정할 경우 부담 세금은 법인세와 상속세 등 수익의 66.14%로 다소 작지만, 배당을 받지 않아 현금성 자산이 없는 기업주의 2세가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이 52.25% 하락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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