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만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헨리 하이드 미 하원 외교위원장(82ㆍ공화)은 지난 4월 중순 이례적인 서한을 하원의장에게 전달했다. 그는 서한에서 6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싶다면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차 대전 참전 군인 출신인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후 진주만을 공격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들에게 다시 경의를 표하는 것은 진주만 기습 직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연설한 장소인 미국 의회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우려를 넘어서 모욕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가을에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아시아의 대화가 저해되는 것은 유감”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역사인식과 영토분쟁 등으로 일본이 한국 및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데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12일 뉴욕에서 열린 강연에서 일본과 한국ㆍ중국의 마찰이 향후 미일동맹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일본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해양정책 전문가인 마크 발렌시아는 최근 노틸러스연구소에 보낸 기고에서 “일본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에 동의하고 대신 남북한은 독도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선 협상의 기점으로 삼지 않기로 동의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유족회장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이 야스쿠니신사에서 A급전범의 분사를 제의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그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맞춰 준비중인 정책제언에 A급전범 분사검토를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와 측근들을 더욱 압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전국 100만 가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일본유족회는 자민당의 강력한 후원단체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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