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통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최종 확인됐지만 한양대가 이들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했거나 환자 동의 없이 황 전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이 대학 교수들에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아 대학의 윤리부재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한양대에 따르면 환자 동의 없이 난소를 적출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에 제공한 한양대병원 황윤영 교수가 3월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이직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황윤영 교수가 연초 자리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3월1일자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12일 검찰 발표에 따르면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황윤영 황정혜 교수는 2002년 5월 중순부터 2003년 6월 중순까지 총 72명의 환자로부터 난소 113개(완전 난소 57개, 부분 난소 56개)를 적출해 황 전 교수팀에 제공했다.
하지만 황윤영 교수가 난소를 적출한 환자 44명 중 기증동의서가 있는 환자는 15명뿐이었다.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 위원장인 박문일 산부인과 교수는 “두 교수의 난소제공은 IRB 심의를 거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와는 별개의 건”이라고 밝혔다.
3월 말 한양대 의대학장으로 취임한 이하백 교수는 “검찰 수사 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기다렸을 뿐 아무 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대상인 교수가 이직하도록 방관함으로써 이제는 학교 차원의 징계도 불가능해졌다. 황우석 전 교수가 사임을 발표했을 때 이를 불허하고 파면조치를 한 서울대와는 대조적이다.
미즈메디연구소 소장을 지낸 뒤 2005년 한양대 의대에 부임한 윤현수 교수도 한양대가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대상이다. 교수 부임 전 윤 교수의 대표적인 연구성과인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으로 철회된 것은 물론, 윤 교수가 미즈메디연구소장일 때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3편의 논문 사진이 논문 내에서 중복되거나 황 전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사진과 중복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양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양대 법대의 한 교수는 “학교가 검찰 수사를 핑계로 쉬쉬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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