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역시 무서운 것인가? 아니면 민심이 미친 것인가? 역사적인 5ㆍ31 지방자치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의 여론은 해보나마나 뻔한 선거가 될 것과 같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모두들 지적하고 있는 것이지만 김덕룡, 박성범 의원 등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의 잇단 공천장사 사태와 최연희, 박계동 의원의 성추행, 성추문 파동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과연 민심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하게 생각하게 된다.
●민심 보여준 선거관련 여론조사
한편으로는 그 많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민심이 미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얼마나 밉고 싫었으면 그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겠는가를, 그리고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해 손사래를 치도록 만든 노무현 정부의 그간의 언행과 독선을 생각하면 역시 민심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의 무능에 넌더리가 나 부패(한나라당)가 무능(열린우리당)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느니, 부패사건들에 대해 한나라당이 자진해 수사를 요구하는 등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줘 유권자들이 개별적 비리로 인식하고 있다느니, 유권자들이 잇따른 폭로전과 비리 등에 대해 학습효과가 생겼다느니 하는 설명들이 그것이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고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두 가지 추가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가 내용은 없으면서도, 아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반노동적인 고압적 노동정책 등이 보여주듯이 내용은 보수적이면서도 언행만 급진적인 ‘스타일의 급진주의’로 인해 보수층을 불안하게 만들면서도 지지층도 챙기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토끼도 못 잡고 집토끼도 못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지지자들의 생각과 정당정책간의 충돌도가 열린우리당이 다른 정당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자신이 차이가 별로 없다며 대연정을 제의하고 어렵게 통과시킨 사립학교 개혁법안을 양보하라고 나서는 판에 어느 지지세력이 신바람이 나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나서겠는가?
보다 근본적인 것은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에 이어 추진해온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좌파정부라는 엉뚱한 비판을 들으면서도 우리 사회에 사상 유례없는 사회적 양극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그 결과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서민층과 중산층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 청산, 사립학교법 개혁이냐”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해오거나 추진하려 했던 민주개혁에 대해 반발을 하며 오히려 박정희시대를 그리워하게 된 것이다.
●'與 싫으니 한나라당' 이해 못해
사실 신자유주의 개혁에 있어서는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이 한통속인 바, 한나라당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민주개혁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개혁이 사회적 양극화를 통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민주개혁이냐"는 여론을 조성해 노무현 정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을 가로막았고 그러자 지지자들까지도 실망감에서 이탈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를 생각하면 최근의 여론은 민심은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예를 들어, 열린우리당이 싫다면 민주노동당도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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