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가 종교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선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결론을 내는데 무리가 없어 보였던 이 문제가 급기야 국세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사태로 번지는 걸로 보아 그리 간단치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자발적 헌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하여 종교 활동에 충당하는 부분은 공익법인의 목적사업으로 보아 비과세하는데 별 문제가 없으나 목사나 스님 등이 받는 사례금과 사유화되는 종교단체의 재산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과세당국은 지금까지 과세 여부에 대하여 분명한 판단을 유보해 왔다.
●과세반대 논리 설득력 부족
세금 부과에 반대하는 목사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첫째로 사례금이 헌금으로 조성된 종교단체 지출의 일부라는 점, 둘째로 목회활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봉사활동이라는 점, 셋째로 신도들의 헌금은 이미 신도들이 낸 세금을 공제한 순액이므로 여기에 또 다시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목회자는 사례금 중에서 상당부분을 구제나 선교를 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세금을 구태여 부과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이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의 원칙을 적용해 보면 과세 반대 논리는 그리 설득력이 없다. 비록 헌금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사용된 부분은 재산의 이전임이 명백하고, 그 사유가 활동의 대가라면 소득으로 대가관계가 불분명하면 증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이든 증여든 다 납세 의무가 있다. 목회활동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은 아무도 면세 혜택을 받고 있지 아니하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나 재산세 등 많은 세금이 이중적인 구조에 처해 있으므로 다른 세목이거나 납세자가 다를 경우 이중과세를 이유로 면세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구제나 선교를 위하여 재사용된다는 마지막 주장은 다른 경우와 구별되는 점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구별되는 특징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옥석을 가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부 종교단체가 권력자들이 뇌물을 받고 자금세탁을 하는 창구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또 기부금 영수증을 무분별하게 발행하여 일반인의 탈세를 돕는 일도 일반화되어 왔으며, 종교용 재산을 개인 이름으로 등기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헌금이나 시주 등으로 조성된 자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되더라도 아예 과세하지 않아서 생긴 부작용들이다. 이런 부작용을 바로잡고 예외없는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하여 무한정 비과세가 아닌 제한적 비과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한적 비과세 전환 바람직
현행 세법의 과세체계를 기초로 과세 여부를 판단한다면 종교인이 받는 사례금을 근로소득으로 보거나 사업소득으로 보아 과세하여야 하고, 개인적으로 등기하는 재산은 증여세를 과세하여야 한다고 주장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 많은 종교인들이 구제나 선교를 위하여 개인 재산을 선뜻 내놓고 또 그것을 자랑삼아 내세울 수 없다고 볼 때 현행 과세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종교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에 대하여 과세방법을 별도로 규정하여 일반적으로 저율과세를 적용받도록 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하되 기부금의 내역을 소상히 밝힐 수 있는 경우에는 일반인과 같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추가 규정을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과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종교인의 소득을 면세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과세당국은 과세 여부가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계속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정신과 무관하게 여전히 열거된 소득만 과세하는 우리 소득세제의 한계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소득세제의 한계를 없앨 때도 되었다.
최영태ㆍ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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