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대법관 5명이 한꺼번에 교체된다.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전체 대법관 12명 중 절반 가까이 바뀌는 셈이다. 당연히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쏠려 있다.
현 정부 들어 김용담 대법관을 시작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해 7명의 대법관이 이미 교체됐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시대 흐름에 따라 외부 인사나 젊은 법관의 발탁이 늘었다. 대법원이 보수 일변도에서 가치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서서히 움직여온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보수적 정통 법관 출신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대법관 인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신임 대법관 5명의 성향이 어떠냐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15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본격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 17일부터 대법원 홈페이지에 후보자 추천 관련 사항이 공고되고 23~29일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에서 추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자문위원회에 의견을 구한 뒤 내달 중순 최종 후보자 5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정통법관 출신 몇 명 될까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법원 내부는 다소 불편한 기류가 엿보인다. 평생을 법관으로 지낸 정통 법관 출신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최근 확산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학계 여성 시민단체 몫으로 한 자리씩 할당됐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정통 법관 출신은 겨우 한 자리 얻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관들은 지난 번 대법관 인선 때 서열ㆍ기수 파괴가 이뤄졌고 외부인사도 충원된 만큼 이번에는 최소 3명 이상은 정통 법관이 임명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과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유원규 법원도서관장,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 김종대 창원지법원장 등이 유력한 후보들로 거론되고 있다. 법원공무원 노조에서는 이우근 서울행정법원장과 손용근 춘천지법원장, 차한성 청주지법원장 등을 추천할 기세다.
폭 넓은 후보군
지난해 11월 사시 21회의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기수와 서열을 깨고 대법원에 입성함에 따라 후보 인선의 폭도 사시 14회부터 21회까지 크게 넓어졌다. 다음 대법관 임명이 2년 6개월 후에나 이뤄지는 점도 변수다. 상대적으로 기수가 낮은 법관이 임명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 출신인 강신욱 대법관이 퇴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관례에 따라 검찰 출신이 후임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옥 법무부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학구적인 성향의 김 차관은 법원 내에서도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 서울고검장, 이종백 부산고검장, 홍경식 법무연수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판사 경력이 있는 양창수 서울대 교수, 여성으로는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김덕현 여성변호사회 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출신지역ㆍ학교 안배 계속되나
지역, 출신학교 등을 안배해 왔던 ‘보이지 않는 관행’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벌써부터 특정지역 또는 비서울대 출신 등을 기준으로 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지역안배가 지역편중 현상을 피하고 다양성을 반영하는 합리적 조치라는 주장도 있지만 상당수 후보자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기계적인 지역 안배는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